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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Dec 23. 2015

[군대, 근데.] 그 날은 수백 개의 두 시가 있었다.

알람 기능이 있는 손목시계

그 날은 수백 개의 두 시가 있었다. 어떻게 두 시가 수백 개 일수 있겠느냐마는 그 날은 그랬다.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러나 오기 마련이었던 그 날의 두시가 가까워 왔다. 


2014년 9월 15일. 
훈련소에 입대하는 날이다. 


그런데 그냥, 그랬다. 아침엔 평소처럼 눈이 떠졌고, 밥도 으레 먹던 그 밥을 먹었다. 훈련소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인지 출발 직전까지도 여유로웠다.  부산에서 진해는 1시간 남짓. 점심은 동네 시장통의 칼국수를 먹었다. 입소 전 마지막 사회의 끼니였다. 두 그릇을 먹으려다가, 말았다. 왠지 나중에 배가 아플  것이다,라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출발했다. 진해로. 온 가족이 함께 움직였다. 초행길이었는데 바다가 보였다. 진해엔 바다가 있구나. 저 바다에서 훈련을 받으려나. 이런 생각을 하며 훈련소로 향하니 시간은 점점 더, 두 시가 되어갔다. 훈련소에도 점점 가까워졌다. 사람들이 많았다. 나랑 같이 입대하는 친구들인가. 사실은 두 시가 다가오면서 내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지만, 그냥, 그런 척, 을 하였다. 그게 마음이 편했다. 실은 마음이 불편했으면서. 



훈련소에서 꼭 필요하다는 알람 기능이 있는 손목시계를 다들 손목에 차고 있었다. 이 시계는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걸까. 입소 전 사회에서 마지막이라고 가족과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곧장 집합해야 한다는 빨간 모자를 쓴 교관들의 소리에 줄을 맞춰 집합을 했다. 아니, 집합을 당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랑 같은 처지였다. 어색하게 머리를 밀었고, 어정쩡하게도 서 있었다. 줄은 삐뚤빼뚤. 다들 손목엔 알람 기능이 있는 손목시계가 있었다. 



'삐빅' 손목에서 진짜 두 시를 알렸다. 이제 정말 들어가는구나. 그리고 또 '삐빅.' 내 손목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삐빅' '삐빅' '삐----------' 여기저기서 연달아 두 시 알람이 울렸다. 어떤 두 시가 진짜인 건지 구별할 새도 없이, 그렇게 수백 번의 정각 두 시가 울렸다.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던 어머니들의 두 시도 울렸다. 
두 시엔 시계도 울고, 어머니들도 울었다.
이게 뭐라고. 



우리는 또 줄을 맞춰 '진짜' 훈련소로 들어갔다. 모두의 두 시가 진짜였을 것이다. 여태껏 서로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나머지, 군인이 되는 시간마저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미묘한 차이마저 하나의 시간이 될 시간이었다. 나는 금방 자고 일어나면 끝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잠깐 외박을 하는 것뿐이라고. 그런 생각으로 부모님에겐 나의 뒷모습만을 보여드렸다. 나의 어머니도 우셨을까. 아버지는? 그러고 보니 입소식을 할 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었다. 빨간 모자에게 내 아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렇게 배치를 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나 나는 차마 뒤돌아 볼 수 없었다. 지금부터는, 빨간 모자에게 찍혀선 안  된다,라고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 그게 뭐라고. 그런데 그 때문에, 아버지에게 내 얼굴을 보일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군인이 되기 전 마지막을 보냈다. 2014년 9월 15일이었고, 두 시였다.



그 날의 두 시는, 이젠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 백개였다. 







모든 저(영재)의 글과 그림을 올립니다. 

사실, 진짜로 모든 글과 그림은 아니지만 어쨌든. 

'영글거림(영재+오글거림)'이라는 대학 새내기 시절 한때의 별명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어쩌면 이것과 느낌이 비슷할지도.




글을 쓰고도,  글을 그리기도 하는 


(하고 싶으면 하고플대로)


'빛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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