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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Dec 24. 2015

[군대, 근데.] 굿나잇! 나의 크리스마스.

올해도 또다. 이 년 연속이다.

올해도 또다. 크리스마스 맞이를 혼자서 하는, 홀로 크리스마스가 아닌 것에 위안을 두기엔, 이 년 연속 크리스마스 이브 밤샘 당직은, 기쁘지, 않다. 이러면 또, 크리스마스 하루는 잠으로 지새울 테니깐. 여느 날의 당직비번들처럼, 나는, 잘 것이다. 그렇게 보니, 이 년 연속으로 군대에서 크리스마스.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보다는
굿나잇! 나의 크리스마스.


근데 또, 군대가 아니었다고 해도, 나는, 잘 것이다. 여느 날의 빨간 날들처럼. 나가봐야, 갈 곳도 없고, 가지도 못한다, 그러면, 가지 말자, 안에 있자, 자자. 굿나잇. 군대에서는, 나갈 수 없다, 자자. 굿나잇.



그러고 보면  빨간색은 내겐 수면효과를 일으키는 색일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다. 빨간 날이기만 하면 여지없이 나는, 잘 테니깐. 잠만보. 참, 예전엔 잠만보라고 불리기도 했었지. 등장하기만 하면 자고 있던, 어린 시절 만화 속 캐릭터. 절반은  빨간색, 절반은 하얀 색인 동그란 공 안에, 어쩜 그렇게 들어가질까 싶은 그런 공 안에서도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자고 있을, 것이라 추측되는. 하도 자니깐 잠만보, 그렇게 불렸겠지. 그래도 중요한 순간엔 깨어나, 중요한 한 방을 해주고, 다시 자는. 그 한 방이 매력적이었던 잠만보. 그리고 어린 시절,  빨간색과  하얀색 조합 중에서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그 공 안에 다시 들어가 또 잠들었을 잠만보. 그런 모습이 내게도 있었단 걸까. 참,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크리스마스도  빨간색과  하얀색이 잘 어울리는 날,이라는 생각이 문득. 굴뚝으로만 다닌다는 그 할아버지도  빨간색과  하얀색만 섞인 옷을 입었거든. 그 색을 보고 있으면 나는 다시, 잠이 온다.  빨간색은 내게 수면효과를 일으키는 게, 맞나 보다. 아니, 하얀 색도 같이 있어야 할까. 달력에 보면, 꼭 빨간 날은 하얀 색 표지 위에서 있었거든.


어쨌든, 올해도 또다. 이 년째 크리스마스 이브 당직. 그러면, 내일은 또, 자겠지. 굿나잇. 당직 중에 자지만 않으면 다행. 내 당직은 밤샘 당직이니깐. 새벽 중에 눈은 안 오려나. 마침 창밖에 비치는 형광빛이  빨간색이라, 어쩌면 사상 유래 없는 수면효과가  발휘될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고.


이 년 연속으로, 군대에서, 크리스마스.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굿나잇! 나의, 크리스마스.






모든 저(영재)의 글과 그림을 올립니다.

사실, 진짜로 모든 글과 그림은 아니지만 어쨌든.

'영글거림(영재+오글거림)'이라는 대학 새내기 시절 한때의 별명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어쩌면 이것과 느낌이 비슷할지도.




글을 쓰고도,  글을 그리기도 하는


(하고 싶으면 하고플대로)


'빛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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