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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Oct 01. 2020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동그랑땡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추석이라고 한다.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더니 그냥 회사에 나가지 않는 토요일, 일요일처럼 느껴졌는데 추석이란다. 새벽에 부산 큰 집에선 제사를 지냈고, 부산에 있던 가족들은 모여서 차례를 지냈다고 한다. 나는 서울 자취방에 있는 그런 추석이란다.


추석이라고 별다를 것 없는 연휴를 보내다가 그래도, 그래도 추석인데 뭘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며칠 전에 이마트 쓱배송으로 고기와 동그랑땡을 주문해두었더랬다. 계란을 풀고 동그랑땡에 계란옷을 입히고, 팬에 기름을 둘렀더랬다. 그리고 계란옷 입힌 동그랑땡을 부치기 시작했다.


따뜻한 열기에 동그랑땡이 익어가고 하나씩 뒤집어 주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그렇게 동그랑땡이 다 익으면 키친타올 올린 접시에 동그랑땡을 옮겼다. 충분히 둘렀던 기름이 조금이나마 빠져나가도록 조치한 것이다. 덩그러니 동그랑땡이 놓였다. 하나를 집어 먹었다. 따뜻한 것이 맛있었다. 프라이팬 따라 피어나던 하얀 계란물도 적당히 익어서 동그랑땡의 맛을 더해주었다.


부산에 내려갔더라면 새벽 일찍 준비해서 큰집으로 갔을 터였다. 고모와 할머니가 그보다 일찍부터 준비한 제사음식이 주방에 가득했을 터였다.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튀김이며, 산적이며 이런저런 음식들이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코로나로 내려가지 않은 이번 추석은 동그랑땡만 덩그라니다. 그래도 따뜻하니 맛있었다. 큰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아침을 먹고는 집으로 돌아왔을 테지. 그리고 외할머니댁으로 갔을 터였다. 아마 고기를 구워 먹었을 테다. 대신 자취방에서 동그랑땡을 부치던 프라이팬에 그대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쌈무와 쌈장을 곁들여서.


조금 늦게 하루를 시작하고, 혼자서 조금 적게 음식을 갖추어 나름의 추석을 보내고 있다. 그 외에는 뭐, 그냥 주말이랑 다를 바는 없다. 그래도 동그라미 대신 동그랑땡을. 그릴 대신 프라이팬을 이용한 그런 추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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