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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Oct 20. 2020

속도를 낮췄을 때 흠뻑 젖게 되더라고요

아침에 헬스장을 가지 않았다. 일어나긴 일찍 일어났지만 우물쭈물하다가 시간을 다 흘러 보냈다. 시간이 다 되어서야 부랴부랴 출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하루 비웠을 뿐인데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끊임없이 전화가 쌓이는 탓에 제대로 집중해서 일을 처리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왜 제때 업무를 처리해주지 않느냐 따져 물었다. 확인해보면 그들이 안내한 대로 처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도 이미 몇 주, 몇 달 전이다.

다시 안내해주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난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나는 그저 그 위 어딘가에 놓여 있을 뿐이다. 대충 어디에 서 있는지가 중요할 터. 그래서 점심시간은 러닝머신 위에서 그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헬스장으로 향했다.

아침에 찾지 않은 헬스장을 점심시간에 찾았다. 참, 점심때 운동하러 와도 되는구나! 싶었다. 30분 간을 달렸다. 속도 9로 열심히 달리다 5나 3으로 속도를 낮췄다. 잠시 걷는 그 시간 동안 땀이 쏟아져 내렸다. 달려보면, 속도를 낮출 때야 비로소 땀이 쏟아진다. 이걸 반복한다. 빠르게 달리다 천천히 걷기. 시간은 흐른다. 똑. 똑. 똑. 그저 속도를 바꾸고 레일 위에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른발 다음에 왼발을 내딛는 것이다. 정해둔 30분 동안은 끊임없이.

점심시간이 모두 흐른다. 챙겨 온 도시락을 먹지 않는다. 어지러움이 들긴 하지만 참는다. 아몬드 브리즈와 견과류를 먹는다. 조금 정신이 차려진다. 또 정신없이 오후 업무를 달린다. 전화는 끊으면 다시 울린다. 그렇게 오후 시간이 흐른다. 빠르게 달린 시간이 흐르고, 퇴근할 때가 되어서야 전화가 덜 울려댄다. 허기짐을 달래고자 챙겨 온 도시락을 먹는다. 닭가슴살, 브로콜리, 약밥 조금. 꼭꼭 씹으니 단맛이 난다. 점심 동안의 공복을 적당히 채워주는 기분을 느낀다. 그동안 너무 가득 채워왔었다. 회사에서 설거지까지 마치며 오늘의 식사를 털어낸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고, 먹고살자고 회사에 다니는 중이다. 오늘 먹어냈으니 잘 해낸 것이라 속으로 생각한다.

퇴근하면서 비로소 한숨 돌린다. 독서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저 오른발 한 번, 왼발 한 번.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딛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후-하. 흠뻑 땀에 젖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가득 찬 것이 흐른다. 무사히 하루를 넘겼구나. 그리고 독서실로 향해서 정리해본다. 자리에 앉아 전화기가 없는 책상 위를 보며 마음이 놓인다.

후-하. 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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