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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Oct 24. 2020

내일 시험에 필요한 준비물을 오늘 알았을 때

아하? 아하, 아하!

내일은 시험이 있다. 크게 높은 기준을 요하는 시험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부를 열나게 하지 않고 있는지라 토요일인 오늘은 책을 아예 펴지도 않은 상태로 저녁까지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 마음에 책을 펼쳐들려 하였다. 그런데 아뿔싸! 책은 독서실에 있었다. 내일 시험 전에도 한 번 봐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저녁을 먹고 밖에 내놓을 쓰레기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대충 겉옷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은 채로다.

'책만 챙겨서 집에 와야겠다.'라는 생각이었다. 옷도 잠옷과 다름없는 옷에 슬리퍼를 신고 나온 것이 그 생각의 증거였다. 저녁을 먹은 이후의 산책 정도의 느낌으로 나온 것이었다. 밖은 선선했고, 음악을 들으며 슬리퍼를 질질 끄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독서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역시나, 막상 또 독서실에 도착하니 이렇게 돌아가기는 아깝다. 자리에 앉는다. 책을 편다. 내 이럴 줄 알고 독서실에 필기도구를 두었다지. 모의고사를 풀어본다. 3가지 파트로 나눠져 있지만 여지껏 한번도 제대로 보지 않은 파트의 개요를 다시 살핀다. 아하, 처음이랑 마지막에 문제를 2번 들여주는구나. 아하, 이건 이런 식으로 문제를 잘 내는거구나. 아하, 컴퓨터용 싸인펜을 챙겨야 하난구나. 아하, 아하, 아하.

뒤늦게라도 AHA 모먼트가 나온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지. 내일 시험장에서 알았더라면 크게 당황하여 실수하고 말았을테다.아, 시험에 대한 예의를 제대로 차리지 않은 것이니 그렇게 당해도 싸다고?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근데 하루 전이라도 이렇게 알았으니 조금은 봐주시길. 그래도 이렇게 공부하겠다고 독서실에 앉은 것이 아닌가. 아하? 아하,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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