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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Oct 25. 2020

배고픔을 탕진하다

배고픔 = 잔고


배고픔이란 통장 잔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고 나면 사라지는 통장 잔고 마냥, 배고픔은 무언가 먹고 나면 사라지고 만다. 싸구려 음식을 먹든, 값비싼 음식을 먹든 상관없다. 배고픔은 개의치 않는다. 배고픔은, 그저 먹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다.


통장 잔고도 마찬가지다. 저렴한 물건을 사든, 값비싼 물건을 사든 잔고가 줄어드는 것은 한 가지다. 그 속도가 다를 뿐이지. 가격만 저렴한 뿐 금방 고장나버리는 물건을 샀다가 결국엔 2번, 3번 물건을 사게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 식이라면 결국 값싼 물건을 산 의미는 없어진다. 어쩌면 값이 조금 더 나가는 물건을 샀을 때보다 돈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다 탕진해버리고 만다.


배고픔을 달래는 일도 그렇다. 괜히 아무거나 주워 먹다가는 값비싸고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다고 해도 먹을 요량이 없다. 배고픔을 탕진해버린 것이다. 기왕지사 배고파서 먹을 테면 좀 좋을 것을 먹자는 생각이다. 몸에 좋은 것, 맛이 좋은 것, 환경에 좋은 것. 이런 음식들은 배고픔을 달래주기도 하고, 살도 덜 찔 것이다.


만인이 매일같이 하는 투쟁 중 하나는 다이어트다. 나 역시 다시금 다이어트를 하자 생각하면서 배고픔을 마주한다. 며칠간은 도시락에 닭가슴살과 브로콜리를 챙겨 다니면서 깔끔하게 먹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엔 과자를 뜯고 있다. 과자를 먹으면 그 순간의 배고픔을 탕진할 수 있다. 그러나 금세 다른 음식을 쫓는다. 질 낮은 음식으로 배고픔을 탕진한 탓이다. 통장 잔고에 들어온 돈도 그렇지 않은가. 쉽게 벌어들인 돈은 쉽게 빠져나가고,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땀 흘려 번 돈, 열심히 공부한 결과로 이룩한 성과는 그 돈이 소중함을 알고 귀중하게 사용한다. 배고픔도 그렇게 다가서면 좋지 않을까. 나의 배고픔은 나의 노력의 결과요, 배고픔에겐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어야 하나니. 질 낮은 음식으로 배고픔을 탕진하지 말고, 깨끗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배고픔을 보상하도록!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생각은 꼭 과자를 입에 배어 물면서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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