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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Oct 28. 2020

시간은 흐른다. 아니, 후른다.

무더기 책 배달이 왔고, 나는 뻗었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이틀 연속으로 곧장 자버렸다. 새벽 1시쯤 한번 깨어났을까. 다시 눈을 감았더니 새벽 4시. 다시 눈을 뜨니 5시. 그리고 곧 6시. 시간은 정말 훅훅 흐른다. 흐른다, 가 아니라 후른다, 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잠시 고민한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란 매번 비슷하다.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변화한 것이라곤 지난 7월부터 기존 업무에 새로운 업무가 하나 추가된 것? 그리고 그 추가된 업무 때문에 전화가 극심하게 많이 오긴 한다. 전화 한 통을 하고 있으면 2-3통의 전화가 같은 시간에 들어오는 식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다반사지만 전화를 건 쪽이란, 그 이야기를 처음 듣거나 매번 무신경하다. 거의가 부모님 뻘의 아저씨, 아주머니들이기에 다시금 설명한다. 그들은 인터넷을 다룰지 모르지만 인터넷 사업으로 돈을 벌어댄다. 한 통화에 10분은 금방이다. 전화를 끊으면 곧장 다른 전화가 들어온다. 받아보면 방금 그 사람일 경우도 있다. 알려준 대로 등록했는데 그다음은 또 뭘 눌러야 하오! 얼른 말하시오!! 분명 방금 전에도 말했고, 그 전에는 버튼 명칭 하나하나를 문자로 보내준 것이 틀림없는데 말이다.

틈틈이 새롭게 올라오는 건들을 처리해야 하는 업무인 탓에 모니터를 끊임없이 쳐다본다. 기존에 하던 업무는 하루에 수 백 ~ 수 천 건의 엑셀 데이터를 일일이 살펴봐야 하기에 이 역시 눈이 빠진다. 그러니 퇴근하면 진이 빠져 안 빠져.

퇴근 후 독서실에 간다 치면 눈이 조금 정화되는 기분이랄까. 그 공간에선 PC 모니터를 보지 않아도 되는 덕분이려나, 업무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는 덕분이려나. 그런데 집으로 곧장 돌아오면 PC 모니터를 보지 않아도 되지만, 업무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침대가 보인다. 그리고 뻗는다. 달콤한 잠이다. 어중간하게 저녁 시간에 깨지도 않았다. 피곤하긴 피곤했던 모양이다. 뭐, 가끔은 이러기도 해야지. 뭐, 자주 이러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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