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라이세이 Nov 12. 2020

요령을 찾는 글쓰기 - 회사라는 체크 포인트에서

https://blog.naver.com/lim6922/222142094698


초등학생 시절 많이 했던 포켓몬스터 게임이나 콘솔 게임에서 게임을 플레이하여 최종 보스까지 무찌르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중간 저장이었다. 한 큐에 모든 게임을 끝내는 일은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마냥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 저장을 할 수 있는 세이브포인트, 체크 포인트가 있다면 일단은 방문함이 도리였다. 중간 저장을 하지 않은 상태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가 무심결에 게임을 종료한다면, 어쩔 수 없이 지금 해온 일을 다시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기 싫더라도, 조금 귀찮더라도 체크 포인트를 찾았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회사는 체크 포인트다. 가기 싫더라도, 하기 싫더라도 방문해서 중간 저장을 한다. 거쳐가는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 지금 나의 동선은 집과 회사, 회사와 헬스장, 회사와 독서실로 거의 한정되는데, 회사를 제시간에 나가기만 한다면 헬스장이나 독서실로 향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PC가 세팅된 내 자리와 각종 사무용품이 구비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는다면 집에서 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서 원하는 일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그런 시도는 번번이 좌절된다. 더 나은 업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시선이라든지, 이유를 불문하고 생기는 회사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거부감, 그리고 귀가에 대한 갈망이 나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는 다시 체크 포인트다. 최종 정착지로써 기능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간 지점으로 잠시 머무르면서 다른 기회를 엿본다. 재정비하고 있는 글쓰기라든지, 투자에 대한 공부라든지, 새롭게 시도해보는 자격증 준비가 그러하다. 실은 학창 시절부터 해오던 일의 연장일 따름이다. 아니, 연장이라기보다는 잠시 중단했던 일들을 재연재하는 셈이다. 글쓰기라든지, 공부라든지 하는 일들은 내가 가장 즐겨 하고 잘 해왔던 일들이니까. 요령을 알고 있다. 덕분에 쉽게 지치지도 않는다. 다만 회사라는 중간 지점에서 머물면서 소모하는 에너지의 양에 반비례하여 그 요령을 발휘할 수 있음이 장애물이라면 장애물이랄까.


그렇다고 회사에서의 업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새로운 요령을 찾아 나선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이란, 결국엔 요령을 찾는 일인가 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지혜로워지는 사람들은 적당히 요령을 피워도 해가 되지 않는 선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 그 선을 잡지 못한 초년생은 체크 포인트에서, 그 지점을 베이스 라인으로, 매일이고 출발 준비를 할 따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HMM] 21분기만의 흑자 전환! 그 비결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