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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18. 2020

자기 복제 시대의 모방법

'과거에 산다.'는 말이 있다. 잘 나가던 그때를 회상하며, 그 순간의 영광을 추억한다. 영광에 흠뻑 젖어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나 때는~'으로 추억을 소환한다. 그때 그 시절의 성공 방정식을 지금에도 적용하려 한다. 그러기엔 시간은 많이 흘렀다. 절대불변의 법칙이란, 고작 해봐야 몇 번의 자그마한 영광을 가진 우리 같은 존재가 만들어내기엔 너무 거대한 것이다. 허니 그때의 성공 방정식이 그대로 통할 리가.


그렇긴 하지만 우리에게 그것은 절대적인 무엇인가다. 과거의 영광을 되새김질함으로써 절대권력을 손아귀에 움켜쥔다. 이제, 자기 복제를 시작한다. 그때의 나, 너, 우리. 그 결과로 우리의 습관은 지속된다. 그때의 나, 지금의 나, 앞으로 나.


아, 항상 긍정적인 영광만 있지는 않다.


고쳐야겠다, 생각한 일들을 쉬이 고치지 못한다. 나는 나를 복제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컨트롤 C와 컨트롤 V 사이에는 고쳐나갈 틈은 없다. 매일 같은 양식을 복사-붙여 넣기 하는 회사의 업무 템플릿을 가져다 쓰는 일과 다름없다. 같은 양식이라면, 같은 일이라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같은 하루라면, 같은 곳이라면, 그리고 같은 나라면 결론은 비슷하다.


너무 나만 반복해서 복제해온 것일까. 자기 복제의 공산품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돌고 돌아 나일 뿐인 현실은 단조롭다. 심심하면서 찝찝하다. 구관이 명관일 때도 있지만, 가끔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타인을 모방해보는 일도 나쁘지만은 않다. 누군가를 따라함은, 자기 복제에 빠진 나에겐 신선한 일이다. 이때 신선도는 누군가가 누구인지에 달렸다. 아하,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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