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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23. 2020

상대성 시간 이론 - 관찰자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다. 얼른 11월이 지나고, 12월도 절반쯤은 지나 있으면 좋겠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시간이지만, 종종 시간은 더디게 흐를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 있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막내의 수능이 금방이고, 동생 한 명은 군대에 있다. 수능도, 군대도 이미 오래전에 끝마친 나로선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껴들기도, 도움을 주기도 애매하다.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고, 도움을 줄만한 경험은 이미 옛날의 것이다. 그러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시간은 지루하다.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집에 돌아와 책을 읽거나 TV를 보면 그만인 일상적인 시간은 느리다.

당사자들에게도 그 시간은 느릴지 모른다. 그러나 치열하다. 나의 경우가 그러했다. 힘든 줄도 모르고 치열했다. 그저 하루하루, 한 시간 한 시간 앞에 놓여있는 것들을 해치우다 보면 하루가 끝나 있었다. 시험이 다가왔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이 더욱 애가 탄다는 것을 느낀 것은 요즘의 일이다.

일을 하는 동안은 시간이 빨리 흐른다. 아까우리만큼 흘러간 시간은 그 일을 하는 동안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음을 의미할 테다. 딱히 나에게 유의미하지 못한 시간의 흐름이다. 그리고 남은 하루의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자그마한 시간을 소중히 사용해야 할 테지만 쉬이 흘러보내며 괜스레 미안해진다. 허니 그냥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런 짤막한 시간들에 미안해지지 않도록. 마음 졸일 일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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