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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Dec 03. 2020

수능날이다. 무덤덤한 하루를 보내길. 격려 박수를 받길

수능날 지하철에선 지금 이 열차 안에 수험생은 누구일까를 관찰해본다. 얼마 동안이나 치열하게 준비해온 친구일까, 이 시험이 끝나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을까, 내 과거의 모습은 어땠을까.

편안한 옷차림에 도시락을 든 승객이 보인다. 한 정거장에서 내린다. 체육복 차림의 책가방을 두른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아, 여기에 시험장이 있나 보구나.

언젠가 대학생 때의 일이다. 그날도 수능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수능 시험이 끝난 시점이었을까. 집으로 돌아가던 지하철에서 안내 방송이 흘렀다.



수능 시험을 치른 수험생 여러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험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시험 중 하나를 끝마친 것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수험생 승객분이 있다면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정확한 멘트는 기억나지 않지만 수고한 수험생을 위한 격려의 멘트였다. 몇몇의 승객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함께 박수를 쳤다. 수험생으로 보이는 승객은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오늘은 수능날이다. 8년 전에 치렀던 시험이다. 한 해에 약 49만 명의 수험생이 동시에 치르는 시험인 덕에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수능이라는 같은 주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 이벤트에 8살 차이 나는 동생이 참여한다. 시험 장소는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익숙한 학교명이 등장하니 친숙함에 마음이 놓인다. 모의고사 때보다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던 8년 전의 수능. 그리고 8년 후의 수능.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8년이란 시간은 꽤 길다. 무엇보다 지금의 고3이, 과거의 고3보다 시험엔 전문가다. 해서 무덤덤히 하루를 보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1이 사라지지 않는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시험장으로 향한 탓일 것이다.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메시지를 보게 되겠지.

코로나인 탓에 수험생들은 시험을 마쳐도 자유로이 돌아다니거니 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시험을 마쳤다는 해방감이 그들을 자유롭게 하겠지. 수능이 끝났다고 다음 단계가 모두 끝마친 것은 아니라 무덤덤하게 해방감을, 자유를 누리며 조금 편안히 집에서 가족과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기를. 그리고 수고했다고 토닥임을 받길. 수능이 시작되기 전 아침, 미리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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