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해 글을 쓰는 일이 흔하지 않아졌다. 누가 감히 나의 시간을 규정하겠는가. 그러나 시험을 위한 글은 다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빈 종이에 글을 토해내야 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간만에 시간을 정하고 빈 종이에 글을 써내려갔다. 딴은, 그리고 시험을 주체하는 측에선 이를 '작문'이라 이르었다.
회사원이 된 이후에 시험을 치르는 일은 드물다. 딱히 쓸 일이 없기도 하며, 딱히 치를 수 있는 기회가 없기도 하다. 그러다 간혹 다른 회사로 옮기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단계로 시험이 존재한다. 간만에 쓴 서류는 서류 합격이라는 소식으로 돌아왔고, 다음 주면 시험을 쳐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시험은 시사/상식과 작문을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사/상식을 따로 책을 사서 공부해본 적 없는 나이지만, 오랜만의 기회인지라 마냥 쉽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해서 시사/상식 관련 책을 주문했다. 영어 단어장처럼 구성된 책이었다. 그럼 이제 작문은 어떻게 준비하지? 막막했지만 학교 커뮤니티에 나랑 같은 고밍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라디오PD 시험 치시는 분 있나요?'
해서 만났다. 둘 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입장은 아니었다. 둘 다 직장인이었다. 같은 처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동안 글을 쓰고 서로 피드백을 하자고 하였다. 다행히 정한 시간동안 어쨌든 빈 종이에 글을 채웠다. 재밌었다. 주제가 있었고, 주제에 관련해 떠오르는 소재로 글을 쓰면 그만이니까. 이 정도쯤이야 언시를 준비하는 언시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했다.
2편의 글을 연이어 쓰고, 피드백을 나누고 헤어졌다. 도중에 음료를 쏟는 해프닝이 있었다. 상대방에게 쏟아진 터라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행히 액땜이라 여기기로 했다.
시간 안에 글을 썼다. 다음 주면 더 빡빡한 환경에서 시간 안에 글을 써야한다. 시간 안에 글을 다 써내려거든 자연스레 내가 써온 글들을 꺼내 들어야 할 것이다. 남은 일주일 동안 스무스한 연결이 가능하도록 내 글들을 한 번 돌이켜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