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라이세이 Jul 11. 2021

무협지의 주인공은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내공을 쌓는 일

#사진이먼저

.

.

.

역사소설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무협' 장르로 받아들여도 무방한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 수능을 마친 고3 시절, 당시에 발간된 전 시리즈를 흠뻑 빠져서 정주행했던 기억이 있다. 역사적 사실에 더해 뛰어난 무장술을 겸비한 주인공들의 혈투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후에 무협 장르의 소설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간간히 무협웹툰은 보았다. 대개 다음에서 연재 중인 작품이었다. <아비무쌍>, <레드스톰> 그리고 오늘 정주행한 <학사재생>


무협 웹툰을 정주행하고 드는 생각은 주로 '내공을 쌓는 일'에 대한 것이다. 몇 년, 몇 십 년을 무공 수련에 정진하는 등장인물과 뛰어난 재능 덕에 그 기간이 짧아도 엄청난 내공을 가진 주인공이 시장의 협잡꾼은 물론 강호의 고수들을 차례로 무찌른다. 그 사이에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다음 단계로 기를 끌어 올린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점과 간혹 '적에게도 배운다'는 부분이다. 경지에 이른 인물일수록 이 포인트는 두드러진다. 오히려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는 시장의 시정잡배들은 거들먹거리고 술자리에서 난봉을 부리다가 금방 생을 마감할 뿐이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어느 때까진 지금 하는 일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더 확실하게 처리하고자 엑셀에 긴 수식을 넣고, VBA를 실행하고, 파이썬을 써서 최적화를 하고자 노력했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는 다른 사람의 업무가 나한테 넘어오고, 고민할 여유를 주지 않는 전화들이 몰려오면서 그 노력을 멈추었다. 수련을 정진할 생각을 그친 것이다. 게다가 이때의 피로감을 그대로 회사밖으로 가져와 퇴근 후에도 무언가에 정진할 힘을 내놓지 못한다. 내공이 부족한 탓이겠지.


거기에 '야매(더 쉬운 방식을 찾는)'를 좋아하는 나의 성향도 한 몫 했을테다. 등장인물들이 그치지 않고 수련하는 무공은 정직하게 시간을 쏟고, 몸이 고단하고, 머리를 써야하는 종류이기 때문이다. 그리해야 '내공이 쌓이는' 것이니 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진하는 수밖에. 근데 아마 그 방향성이 회사 업무를 위해서는 아닐테다. 그럼 어디일까. 그 실마리를 푸는 것부터가 수련의 시작이 아닐까.

.

.

.

매거진의 이전글 스토리텔링엔 '틀릴 수 있음'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