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으로 텍스트를 읽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다. 대신하여 오디오북을 듣는다. 문장을 수집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윌라 오디오북이지만 가장 게으른 자세로, 가장 나타하게 있으면서 그나마 책이라도 들을 수 있음에 안도한다.
'자립을 꿈꾸는 직장인을 위한'이라는 말에 끌렸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항상 딴짓을 염두 중인 딴짓러 중 한 명으로서 말이다.
내용은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1인 기업가, 프리랜서, 퇴사준비생들을 위한 준비과정/꿀팁/마인드 등의 총체라 할 수 있겠다. 그걸 잘 다듬어 정리한 책이다. 그중 인상적인 내용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의 특징을 차용하여 전체적인 목차를 구성했다는 점이다.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저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는 단식할 줄 압니다."
저자 본인은 인문학 분야를 파고 들어서 인디워커로서의 특장점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특징이 책에 드러난 모양이다.
책을 들으며 줄곧 '나는?'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인디워커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물음이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글쎄'와 '아직'. 여전히 직장인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이유다.
월급의 노예가 되면 그 족쇄를 풀고 나가기가 힘들다는 억만장자의 유튜브 클립을 본 상태이지만 아직은 무작정 회사를 뛰쳐 나갈 준비가 되어있진 않다. 파이어든, 인디워커로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렇다면 파이어든, 인디워커든 그를 위한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그것도 '글쎄'와 '아직'이다. 말 잘 듣는 범생이 기질 탓인지 어디선가, 누군가 던져주는 과제가 없는 상태에선 한없이 게으르고 나태하다. 최근엔 나 스스로에게 던진 과제가 있지만 그걸 잘 해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기합리화를 많이 한다.
만일 나에게 던진 과제를 완수한다면 인디워커로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함이라 여길 예정이다. 현재로서 그것은 9월 마감인 공모전이다. 지금까지 써본 적 없는 종류의 글을 쓰겠다고 자리를 펴놓았더니 괜히 미적거린다. 그 탓에 일부러 게을러지고 나태해진다. 글을 안 쓰는 것은 게으르고 나태해서라는 핑계를 만들기 위함일테다. 글을 잘 못 써서 글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는 자기합리화.
그럼과 동시에 체중이 또 불었다. 체중관리라는 한 가지 과제가 더 생겼다. 코로나와 백신접종이라는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고 마구 먹어댄 탓이다. 원인은 확실한데 해결에 나서질 않는다. 게으르다. 게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