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라이세이 Nov 29. 2021

학생은 상상했다.

학생은 상상했다. 칠판 앞의 선생님은 자신만 바라보며 수업을 한다고. 주위에 친구들이 앉아 있긴 했지만 사실상 이것은 선생님과 학생의 1대 1 수업. 자신의 반응에 맞추어 선생님의 수업이 진행된다. 갸우뚱, 하면 선생님은 보충 설명을 한다. 끄덕, 하면 다음 진도로. 중얼중얼중얼 판서 내용을 읽고, 선생님 말을 따라 하면 선생님은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금방 수업 시간이 지난다.


쉬는 시간이나 자습 시간. 친구들은 떠든다. 분명 모두 들리는 목소리. 대꾸할 수도 있지만 대꾸하지 않는다. 무시한다. 나의 집중력은 무시하는 능력. 학생은 첫 문장을 무시한다. 두 번째 문장도 무시한다. 이읃고 들려오는 목소리. "와, 얘 진짜 집중했나 봐." 그때부터 집중의 심연으로 빠진다. 학생은 자신이 엄청난 집중에 빠져 있음을 의식한다. '집중했나 봐.'라는 목소리도 무시한다. 무시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무시하고 이 공간엔 자신만 있다고 상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