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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Sep 09. 2015

Untitled

제목 없음

하나로 통하는 제목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내가 쓸 여러 주제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마땅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때 나는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올리는 글들을 묶어 책으로  출간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책'이라고 하였다. 읽고 있던 책의 제목을 떠올렸다. <모든 요일의 기록>. 한 카피라이터의 에세이북이었다. 이것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언젠가는 쓸 나의 책의 제목과 다를 바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제목과 똑같이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제목이 좋을지 떠오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고민 중이다. 두고두고 써먹을 나의 책 제목은 무엇이 좋을까?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나의 목소리를 대신해 줄 터였다. 분명히 '글'로 표현되어지겠지만, '소리'로도 '감정'으로도 느껴지게끔 할 터였다. 그래서 더 소중한 단어의 조합이나, 더 소중한 문장으로 남기고 싶다. 그런데 두고 보면 가장 평범한 조합이 가장 소중해 질지도 모르겠다.


나의 이야기의 제목이 정해지면 글쓰기가 더 수월해질까? 제목이 정해졌으니. 그런데 아닐 것 같다. 소중한 나의 제목이 정해졌으니 더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 글자, 한 글자가 더 느려질테지. 글쓰기가 더 어려워질테지. 그러지 않으면 나에게 민폐가 될 터이니. 아니, 내 글을 읽을 모든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것이다. 그러니 조금 더 소중히 생각해봐야겠다.


그래서 지금은 'Untitled, 제목 없음'이다. 

아니, 어쩌면 나중엔 이것이 나의 제목이 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뭐, 나쁘진 않은 것 같지만.


 글을 쓰고도,  글을 그리기도 하는 (여전히 복무 중인) 군인. '빛글로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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