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by 권희일

무더운 여름날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창문을 있는 대로 열어젖히니, 건너편 과일가게 확성기에서 들리는 큰소리가 귀가 따가워 신경이 예민해진다. 조용히 책을 읽고 싶었지만, 집중이 되지 않는다. 참고 견딜 수 없어 아파트 관리실에 민원을 넣었다.


아파트 관리실의 대답은 아파트 내에서 장사하는 거라면 단속대상이 되지만 밖이라서 심하게 단속을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확성기 볼륨을 낮추라고는 일렀으니 덜 할 거란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에 재차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이웃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단독주택에서 살 때의 일이다. 윗집에 세 들어온 사람들은 치과 기공사들이다. 이(齒)를 본뜨고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밤이면 밤마다 기계를 돌리는 소리가 소름이 돋는 쇳소리를 낸다. 귀청이 먹먹하기도 하며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 뜬눈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계속되었다. 아침을 기다려 소음을 줄여달라고 수차례 신신당부하였다.

그들은 소음을 줄여보겠다고 창문에 이중 삼중으로 우레탄을 쳤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밤새 소음과 싸워야만 했다. 할 수 없이 세놓은 집주인한테 얘기했더니, 자기들은 2층이어서인지 소리가 전혀 안 들린단다. 이층이면 더 잘 들릴 텐데 세 받아먹는 입장이어서 그런가 보다. 이웃 간에 따뜻한 정이 집세라는 황금이 끼어들면서 삭막한 황무지로 변하였다. 오히려 우리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기분이 더 상한다. 아예 신경을 쓰지도 않고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한다. 미운 마음 같아서는 다그치고 싶은데, 그래도 남은 양심이 있어 소음을 오랜 기간 참고 견뎌 내야만 했다. 이때 다행이다 싶게 집이 팔려서 이사하게 되어 귓가에 따가운 쇳소리를 듣지 않게 되니 살 것만 같았다.


위층에 젊은 부부가 이사 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도 아이를 키워봐서 아이가 뛰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런데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하였다. 부모가 적절히 제재를 하지 않는 듯하였다. 참다못해 ‘우리 남편이 신경이 좀 예민한 편인데 아기가 심하게 뛰니까 잠을 못 주무십니다. 조금만 주의를 시켜 주십시오.’ 하고 글로 써서 윗집 ‘현관문’에 붙여 놓았다. 이내 젊은이가 내려와 벨을 누른다. 작심하고 내려온 듯, 아기 아빠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있다. 우리가 크게 잘못이나 했나 싶어 덜컥 겁이 났다.


남편이 말하기를 ’ 아기가 너무 심하게 뛰어서, 주의시켜 달라는 게 뭐 잘 못인가요?’ 하니까, 그는 이곳으로 이사와 6년째 살고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따지려 든다. 젊은 사람이 아기한테 주의시키겠다고 하면 그만일 텐데…. 늙은이들한테 따지려 드는 것이, 혹여나 불상사라도 일어날까 싶어 두려운 마음에 내가 나섰다.


우리는 단독 주택에서 살다 이사를 왔고, 공동주택은 처음이라 아직 사정을 잘 모르며 남편이 만성 불면증이 있어 밤에 잠자다 깨면, 냉큼 잠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도 아기한테 주의는 하지만 아직 어려서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손자를 길러보았지만 어른들이 주의 준다고 다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했다. 젊은이도 마음 상했다면 마음 풀고 ‘이웃 간에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잘 지내자고 했더니!’ 멋쩍은지 ‘꾸벅’하고 현관에서 나가버렸다.


이웃 간에 아래층 위층 간에 서로 밀접하게 붙어 있으니까 사생활 침해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로가 생활 습관이나 라이스타일이 정 반대일 경우 고통을 받을 것은 당연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허물없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만나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서로를 알게 되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조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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