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새로운 시작 앞에 서고 싶어요."
친한 오빠에게 소개팅을 주선 받아 만난 남자와 인사를 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식당에 도착했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자리에 앉은 후 남자가 내게 저렇게 첫 마디를 꺼낼 줄은.
뭐지? 당연히 연애 좀 해보겠다고 나오는 거 아닌가? 이 남자... 소개팅을 하러 온 게 아니라 담판을 지으러 온 건가? 내가 뭐 잘못했나?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든 건가? 아니 다 떠나서 이게 소개팅 첫머리를 장식할만한 질문이야?
남자의 표정을 살펴보았지만 일말의 악의도, 장난스러움도 보이지 않는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모습이 아빠를 따라 갔었던 새벽 낚시터의 호숫가마냥 잔잔하다. 경식이 오빠랑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하니까 내가 함부로 대하면 안 되겠지. 그래, 그러고 보니 연애 많이 안 해봤다고 했어. 그러니까 저 남자는 진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지도 몰라. 당황스럽긴 했지만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난 1만큼을 물어봤는데 10 정도의 대답을 받은 느낌이다. 뭔가 안절부절하며 대답하며 말꼬리를 흐리는 모습에 괜한 걸 물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이 잘못된 건가? 왜 연애가 하고 싶었던 건지를 물어봤어야 했나? 경식이가 하도 나가보라고 해서 나온 자리였다. 우리보다 두 살 어린데 애가 참 밝고 쾌활한 친구라고, 일단 부담 없이 만나보고 오라고 했었는데 표정이 왜 저러지?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 같다. 어째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네.
남자의 말이 귀에 잘 안 들어온다. 아니 그보다 혼자 밥 먹기 좋은 식당을 왜 추천해주려는 거지? 앞으로도 밥 혼자 먹으라는 건가? 사회생활을 하며 얻은 패시브 스킬인 자동 리액션 덕분에 대화는 어찌어찌 이어가고 있지만 내 상태는 영 좋지 못하다. '연애를 하고 싶어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까지만 말했어야 했다. 말하다 보니 우리의 400일 기념일이자 3년 전 크리스마스 때 나를 차버린 그 남자가 다시 생각났고 일과 운동에만 집중해 억지로 상처를 이겨내려 했던 것도 생각이 났다. 완전히 괜찮아졌다고 생각하게 된 지는 1년 정도 됐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떠올라 의식의 흐름이 말에 영향을 주게 되었고 나는 말 끝에 별로 필요도 없는, 아니 소개팅 자리에서 말해봐야 좋을 것 하나 없는 사족을 덧붙였다.
솔직히 남자의 첫인상은 마음에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태도였다. 살면서 예의 없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상담원 일을 하는 나는 요즘 들어 일을 그만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경력이 아무리 많이 쌓여도 싫은 건 싫은 거다. 그런 면에서 남자는 그런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종족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식당에 오는 5분 남짓한 짧은 길은 몸에 배어 있는 남자의 예의를 알아보기에는 충분한 거리였다. 첫 번째 질문이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 말을 할 때의 남자의 태도는 굉장히 차분했다. 그래서 나는 바보같이 화도 못 내고 곧이곧대로 대답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 말이 그렇게 많아 보이는 편은 아닌 것 같은데 끊임없이 말을 곧잘 하고 있다. 내가 별말을 안 하고 있어서 그런 건가. 예의 그 차분한 태도는 계속 유지하고 있었지만 남자의 입에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주제의 말들이 나왔고 그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는 점차 제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그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꽤 재미있었다. 처음의 당황스러운 마음이 어느새 잊혀질 정도로.
아마 그녀는 처음이라 긴장을 했었던 것 같다. 나라고 연애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오빤데 대화를 리드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저런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점점 긴장이 풀려가는 것이 보였다. 형식적인 대답을 하던, 흔들리던 동공이 멈추고 표정이 밝아졌다. 지나가는 식으로 짧게 하려던 야구 이야기를 30분 째 하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서울 살면서 왜 롯데 팬을 하냐며 구박하는 건 나뿐인 줄 알았는데 자기도 그렇단다. 둘 다 신나서 소개팅 자리임을 잊고 한동안 롯데의 우승이 우리의 이번 생 안에 가능한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다 틀렸다'로 마무리되었다.
자리를 옮겨 카페에 가서도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여자 사람과 이렇게 능숙하게 대화하는 내 모습을 평소 숙맥이라고 놀리는 친구들이 본다면 저거 드디어 사람 됐다며 그동안 키운 보람이 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겠지. 대화 분위기는 즐거웠다. 이쯤 되면 조심스레 그녀와의 다음 만남을 상상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또 만날 수 있냐는 나의 물음에 그녀는 밝게 웃으며 '당연하죠!'라고 대답했다. 아, 이렇게 봄이 오는 건가?
지금 나는 소개팅 처음과는 180도 다른 마음 상태다. 아마 처음 그 마음이 그대로 갔었다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며 적당히 대답하고 헤어진 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면서 번호를 스팸 등록하고 카톡 차단을 건 후 경식이 오빠한테 전화해서 한참 동안 짜증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이어졌던 대화와 방금 전의 어수룩한 질문들을 통해 이 남자는 그냥 예의 바르고 재미있는 숙맥이고, 처음에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아마 모를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분 좋게 그러자고 대답을 한 후 집에 와서 잠들기 직전까지 대화를 나눴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사람의 마음이란 건 참 신기하다. '이걸로 좋은 걸까?'는 '이정도면 좋지.'로, 그리고 다시 '이것도 좋겠네.', 마지막에는 '이거다.'로 변하게 됐다.
나는 오빠에게 먼저 프로포즈를 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한동안 굳어버린 오빠를 보며 차인 건가 하고 절망했었다. 시무룩하게 뒤돌아서는 나를 오빠가 뒤에서 껴안기 전까지는. 정말이지... 처음도 지금도 반전 있는 남자라니까. 저 오빠 저거 사실 숙맥 아닐지도 몰라.
'혼자 지내는'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이 바빠서 그럴 수도 있고 과거의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요즘에는 일과 본인의 취미생활로도 충분히 즐거워 굳이 연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말 그것만으로 평생을 만족스럽게,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몸은 언젠가 노쇠해질 것이고 취미 생활도 언젠가는 처음만큼 즐겁지 않을 것이다. 연애의 설렘도 나중엔 처음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연애와 취미 생활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못 된다. '나'와 상호작용할 수 없는 취미생활과는 달리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나와 상호작용하며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고 힘들 때는 손을 잡아 힘을 줄 수 있다.
사랑이 주는 아픔이 있다. 그거 꽤 아픈 거 다들 안다. 하지만 사랑이 주는 즐거움과 충만한 느낌, 행복함과 감히 비교할 수 있을까?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솔로들은 한시라도 빨리 다시 연애를 시작하고, 나아가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 기왕이면 나도 좀.
We were strangers, starting out on a journey
Never dreaming, what we'd have to go through
Now here we are, I'm suddenly standing
At the beginning with you
No one told me, I was going to find you
Unexpected, what you did to my heart
When I lost hope
You were there to remind me
This is the start
Life is a road and I wanna keep going
Love is a river I wanna keep flowing
Life is a road now and forever wonderful journey
I'll be there when the world stops turning
I'll be there when the storm is through
In the end I want to be standing
At the beginning with you
We were strangers, on a crazy adventure
Never dreaming, how our dreams would come true
Now here we stand, unafraid of the future
At the beginning with you
Life is a road and I wanna keep going
Love is a river I wanna keep flowing
Life is a road now and forever wonderful journey
I'll be there when the world stops turning
I'll be there when the storm is through
In the end I want to be standing
At the beginning with you
Knew there was somebody somewhere
I need love in the dark
Now I know my dream will live on
I've been waiting so long
Nothing is going to tear us apart
Life is a road and I wanna keep going
Love is a river I wanna keep flowing
Life is a road now and forever wonderful journey
I'll be there when the world stops turning
I'll be there when the storm is through
In the end I want to be standing
At the beginning with you
Life is a road and I wanna keep going
Love is a river I wanna keep flowing
Starting out on a journey
Life is a road and I wanna keep going
Love is a river I wanna keep flowing
In the end I want be standing
At the beginning
with you.
우리는 긴 여행의 시작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이었죠
우리가 뭘 해 나가야 할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어요
이제 당신과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우리, 그리고 제가 여기 서 있네요
당신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해준 사람은 없었죠
당신이 내게 해준 건 정말 생각도 하지 못 했던 일이었어요
내가 희망을 잃었을 때, 당신은 내게 힘을 주기 위해 거기 있었죠
이제 시작이에요
인생은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은 길이에요
사랑은 계속해서 머물고 싶은 강이구요
인생이란 건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정말 멋진 여행길이죠
세상이 멈춘 것 같을 때, 거기 있을게요
폭풍우가 칠 때도, 거기 있을게요
그리고 결국엔, 당신과 함께 새로운 시작 앞에 서고 싶어요
우리는 무모한 모험길에 만난 낯선 사람들이었죠
우리들의 꿈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전혀 상상도 못했어요
이제 우린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당신과의 새로운 시작 앞에 이렇게 서 있네요
인생은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은 길이에요
사랑은 계속해서 머물고 싶은 강이구요
인생이란 건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정말 멋진 여행길이죠
세상이 멈춘 것 같을 때, 거기 있을게요
폭풍우가 칠 때도, 거기 있을게요
그리고 결국엔, 당신과 함께 새로운 시작 앞에 서고 싶어요
어딘가에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건 알았어요
나처럼 어둠 속에 있었던 사람
이제 나는 내 꿈이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걸 알아요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죠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을 거예요
인생은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은 길이에요
사랑은 계속해서 머물고 싶은 강이구요
인생이란 건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정말 멋진 여행길이죠
세상이 멈춘 것 같을 때, 거기 있을게요
폭풍우가 칠 때도, 거기 있을게요
그리고 결국엔, 당신과 함께 새로운 시작 앞에 서고 싶어요
인생은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은 길이에요
사랑은 계속해서 머물고 싶은 강이구요
긴 여행길의 시작에서...
인생은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은 길이에요
사랑은 계속해서 머물고 싶은 강이구요
그리고 결국엔, 새로운 시작 앞에 서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