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도 난 너의 미소와 내게 건넨 말 한마디가..."
※ 지인 M모양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현실과 혼동하시면 더욱 재미납니다.
안녕하십니까.
2015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귀하께서 보유한 우수한 자질에도 불구하고
면접전형 결과 불합격되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금번 하반기 채용에 귀하를 포함하여 뛰어난 역량을 지닌 인재들이
많이 지원한 까닭에 면접전형 합격자 선정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당사의 제한된 채용 인원으로 인해 비록 이번에는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리며
귀하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L그룹 인력관리위원회 -
또 떨어졌다. 오래된 논란 중 하나지만,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불합격을 안내하는 것과 빨간색 글자로 '불합격 하셨습니다.'라고 하는 것 중 어떤 것이 기분이 나쁠까? 각자 의견이 분분할 것이지만 아니 그것보다 지금 그게 중요해? 내가, 이 내가 떨어졌다는데! 이 나를 떨어트렸다는데! 야구도 못하는 것들이 지금 이 나를 떨어트려? 뭐? 건승? 취미가 역전패인 니네 팀 연패나 끊어라!! 나는 집 근처의 코인노래방으로 가서 혼자 약 20분 동안 소리를 꽥꽥 질러댄 후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나 어떡해??"
"아... 그런 의미에서 지연아 곱창?"
"응!!!!"
"오늘 밤 7시, 설입 3번 출구. 준비물 이쁜 얼굴."
"내가 언제 준비물 빼먹는 거 봤어? 이따 봐 오빠!"
오빠는 날 너무 잘 안다. 아마 내가 전화해서 '오빠'의 '오'자를 내뱉는 순간 오빠의 머릿속에서는 지난 3년 반 동안 축적된 경험적 데이터에 의해 다음과 같은 의식이 흐름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허용 수치 이상의 데시벨을 가진 지연이의 목소리를 감지 -> 분노 상태임을 확신 -> 세계 평화를 위해... 아니 나의 생존과 앞으로의 원활한 연애를 위해 지연이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함 -> 최적의 대답 : 곱창 -> 최근 선호도가 높았던 지역의 곱창집을 분석 -> 최대한 빨리 제시하여 딜을 건다.
실제로 나중에 이랬다고 설명해 줬었다. 우리가 연애한 지 천일이 훨씬 넘었다. 알고도 귀찮아서 안 그러는 남자, 아예 기억을 못... 아니 안 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한 이 세상 속에서 만난 이런 남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오빠와 늘 자주 가는 곱창집에 가서 모듬곱창 4인분을 시킨 후 초록색 이슬도 같이 시켜 마셨다. 곱창이 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의 안주는 살짝 데친 면접관에 1992년 이후 몇 년째 우승을 못하고 있는 모 야구단에 대한 애증 섞인 저주를 뿌려 맛나게 버무린 '짜증나 다 망해버려라!'였다. 분노에 휩싸여 안주를 잘근잘근 씹고 토막내며 폭음을 해도 모자랄 기세였던 나는 이내 익혀진 곱창과 하나가 되면서 내 안의 분노를 행복으로 탈바꿈시켰다. 나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 오빠의 얼굴이 보인다. 세상에... 안 그래도 멋있는데 술 먹으니까 더 맛있어... 아니 멋있어 보이네.
나 아직 안 취했다.
오빠에 따르면, 내가 아무리 화나거나 슬픈 일이 있어도 기분을 풀어주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가 자기고 두 번째는 곱창, 세 번째는 치킨이란다. 참나. 나를 어떻게 보고 지금 말이야, 응? 셋 다 우열을 가릴 수 없거든?
사실 곱창은 우리에게는 조금 특별한 술안주다. 우리가 연애 초부터 가장 즐겨 먹었던 술안주인데,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언제부턴가 '보고 싶다.'라는 말 대신 '곱창 먹으러 가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둘 다 그런 간지러운 말을 잘 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그랬던 것도 있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표현이 굉장히 귀엽다고 생각해서 통화할 때도 뜬금없이 쓰곤 했었다. 밤 11시 반에 통화하다 말고 집 앞에 온 오빠가 곱창 먹으러 나오라고, 기다린다고 하기 전까진. 내 본판이 괜찮아서 급하게 비비랑 눈썹만 대충 하고 나가도 예뻤기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다.
어쨌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기분이 많이 풀렸다. 때로는 직접적인, 진지한 위로보다 오늘처럼 이런 식으로 유쾌한 분위기의 위로가 더 효과적일 때가 있는데 오빠는 언제 나에게 그렇게 해 줘야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잘 알고 있다.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 칼퇴근, 월급날, 자주 가는 단골 카페에서 친구들과의 수다, 노래방 등 내게 힘을 줄 수 있는 건 많지만 그중에서도 오빠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힘이 된다는 것을.
그날 함께 곱창을 먹으며 오빠가 내게 물었다.
"지연아. 나는 널 힘나게 해 주는 세 가지가 뭔지 알잖아."
"응 그치. 그게 오늘 우리가 만난 이유지."
"그럼 내가 힘들고 괴로울 때 날 행복하고 힘나게 해주는 세 가지가 뭔지 알아?"
"뭐래. 그걸 왜 몰라?"
"그래? 뭔데?"
"예쁜 나, 귀여운 나, 섹시한 나."
신이시여.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평정을 주시고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것들을 주저 없이 고칠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차이를 깨달아 알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해 주옵소서
-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 1892 ~ 1970) -
결국 연애도 삶의 일부일 뿐이고 삶이 항상 그렇듯 늘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우리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 또한 있을 것이다. 위의 기도문을 안다 해도 우리는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 힘든 것이 안 힘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힘들 때 언제부턴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네가 옆에 있어준다면, 아무리 지치고 힘든 나라도, 힘내서 금방 일어날 수 있을 거야.
내 작은 동네의 낡은 카페와
간만에 연락된 친한 친구가
우연히 발견한 낡은 CD와 그 노래가
그런 것들이 내게 커다란 힘이 돼
시간은 참 빨라
내가 어느새 이런 주제를 얘기하다니 참나
예전에 어른들 oh 뭐랄까 추억 추억할 때면
솔직히 바보 같아
대체 왜 저리들 과거에 살까
현실이 얼마나 초라하면 지난날
그림 그리며 그리 그리워할까
한참 비웃었지만 이제는 알아
현실은 한없이 고독하고 냉정해
감정과 눈물조차도 메마른 풍경에
이루지 못한 꿈은 상처가 돼 아파
다 내려놓고 싶을 때 그때마다 힘이 되는 건,
지친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대 곤히 잠든 너
우리 아버지도 이랬겠지
그때의 엄마를 보며 나처럼 지금 웃음 지었겠지
그중에서도 난 너의 미소와
내게 건넨 말 한마디가
약해진 내 마음과 근심 어린 날 일으켜줘
그중에서도 난 너의 존재가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 니가
지쳐버린 내 맘을 어두워진 나를 밝혀 줘
잊고 있던 달력 속 빨간 날과
생각보다 먼저 온 그 소포가
서랍 속 먼지 쌓인 일기장과 손편지가
그런 것들이 내게 커다란 힘이 돼
그중에서도 난 너의 미소와
내게 건넨 말 한마디가
약해진 내 마음과 근심 어린 날 일으켜줘
그중에서도 난 너의 존재가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 니가
지쳐버린 내 맘을 어두워진 나를 밝혀 줘
내게 힘이 되는 것들
추억, 친구, 가족
그리고 지금 내 옆에서 이 음악을 함께 들으며
너무 좋다고 웃어 주는 너
becuase of that I can't give up
몇 번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세상이 나 빼고 모두 다 행복해 보일 때
나 홀로 제 자리에 멈춘 것 같을 때
왜 몰랐을까 계속 함께하고 있었다는 걸
고마워 Thank you, thank you I appriciate
힘이 돼주고 있던 작은 소중한 것들
바로 내가 지금 노래하는 이유
and this time I wanna sing for you
그랬으면 해 난 나의 존재가 (sining)
니가 내게 그래줬던 것처럼 (Yes I'm talking about you)
지쳐버린 니 맘에 조그만 위로가 되기를
you're holding my hand
raise me up and healing my pain
내 작은 동네의 낡은 카페와
그 안에서 날 기다리는 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