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야."
1. 본 아이덴티티(2002.10.18 개봉)
2. 본 슈프리머시(2004.08.20 개봉)
3. 본 얼티메이텀(2007.09.12 개봉, 2016.07.14 재개봉)
4. 제이슨 본2016.07.27 개봉)
※ 어벤져스의 '호크아이' 역으로 대중들에게 유명한 제레미 레너 주연의 '본 레거시'라는 속편도 있지만
맷 데이먼 출연작만 가지고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속편이라고 해서, 심지어 망작이라고 해서.....안봤습니다.....)
※ 전작 본 얼티메이텀 및 제이슨 본 영화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출발 비디오여행 같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내용보다는 적고
이번 영화의 내용과 관련된 중요한 부분은 다 뺐으니
그냥 좀 어설픈 출발 비디오여행 본다 생각하시고,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내용이 포함된 리뷰는... 다른 분들께서 잘 써주시겠죠?
※ '제이슨 본'내용과 관련된 모든 사진은
네이버 영화 및 Youtube '제이슨 본' 예고영상을 캡쳐한 것입니다.
※ 아이덴티티, 슈프리머시, 얼티메이텀 다 보고 영화관 가세요 제발...
그게 귀찮으면 Youtube에서 예고편이라도 좀...
분명 몇 배는 더 재미있게 즐기시리라 장담합니다!
전편에서 제이슨 본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았다.
영화는 친절하게도 맨 처음 부분에서
전작인 본 얼티메이텀의 결말 부분 일부를 다시 보여준다.
9년이라는 많은 세월이 지났음을 본인들도 알고 있던 탓일까.
사실 나도 내용이 잘 생각이 안나서 개봉 전날 예매를 한 후
세 편을 연달아 복습하고 개봉 당일인 오늘 보러 갔었다.
전작 마지막 부분,
블랙브라이어 프로젝트를 세상에 알린 본은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이었고
니키는 관련 내용을 다룬 뉴스를 무표정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진짜로 블랙브라이어 프로젝트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 건지,
관련된 자들은 전부 처벌을 받게 되었는지,
본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마냥 모든 것이 끝났다며 웃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작중에선 잠깐의 묘사로 지나가서 놓친 관객들이 일부 있겠지만
니키와 본 사이의 감정선을 묘사한 장면이 있었고
니키는 본에게 말로써 구구절절 마음을 전하지는 않았지만
표정과 행동으로 어느 정도 본인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전작인 얼티메이텀의 장면 중 일부이다.
총을 맞고 10층 건물에서 추락했으나
3일 간의 수색에도 시신은 찾지 못했다(본이 죽었다는 확정 발표가 나지 않았다)는
뉴스 발표가 나오자마자 니키의 표정이 밝아지고,
예의 그 엔딩곡인 Extreme ways가 흐른다.
아마 영화를 보는 사람도 니키와 함께 따라 웃었을 것이다.
이렇게.
이렇게 끝나서 아마 몇 년 지나지 않아 바로 후속편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본 아이덴티티가 처음 개봉했던 2002년으로부터 14년,
본 얼티메이텀으로부터는 9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번 시리즈의 제목인 '제이슨 본'이라는 이름처럼 내용도 본에 대한 이야기다.
전작 본 얼티메이텀에서 본은 자신의 본명이 '데이비드 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작은 '데이비드 웹 대위'가 어떻게 '제이슨 본'이 되었는가?에 대한
전작의 불충분한 설명을 보완하며
영화 초반부에 모든 것을 기억한다던 본에게, 그리고 그렇게 알고 있던 관객들에게 이야기한다.
네가 아직 알지 못한 것이 더 있다고.
리뷰 초반부에 전 CIA 요원 니키 파슨스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다.
그 이유는 그녀가 본 얼티메이텀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등장인물이기도 하지만
이번 '제이슨 본'에서도 초반부터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본이 모르고 있었던 트레드스톤 프로젝트에 관해
본이 알고 있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전부 기억한다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지.'라는 예고편 속 대사처럼.
단서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게 되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이 이야기는 이쯤 하고
이번 '제이슨 본'에서 눈여겨보면 좋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시리즈마다 다른 차를 타고 종횡무진 거리를 누비는 본은 이번에도 차종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주변 차들과 경찰들은 부서지든 터지든 신경쓰지 않는,
이 세상에 본 자신과 적 둘만 있는 것만 같은 스펙타클한 자동차 추격씬을 보고 나는
저런데 휩쓸릴 걱정 없이 그냥 얌전히 한국에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볼펜, 수건같은 주변 사물들을 이용한 격투씬은 언제나 조마조마하다.
물론 우리는 본이 총이나 칼에 의해 다치는 것을 걱정하기는 커녕
어떤 방법으로 상대방을 때려눕히느냐 하는 것이 궁금하기 때문에 조마조마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추격씬, 격투씬 모두 본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데
과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의 액션감독이었던
댄 브래들리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고
과거 시리즈와 이번 시리즈의 차이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본은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영화처럼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위기 탈출 장면이 아니라
정말 아, 저런 피지컬이면 충분히 저렇게 빠져나갈 수 있겠구나 라고
관객들을 설득시키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역시 불혹을 넘어선 맷 데이먼의
나이를 잊은 액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첫편인 본 아이덴티티 - 슈프리머시 - 얼티메이텀에서 CIA 본부 씬을 주목해보면
날로 발전하는 그들의 추적 기술을 엿볼 수 있다.
그 기술은 이번 '제이슨 본'에서 정점을 찍게 되며
본은 어딜 가든 그를 추적하는 CIA의 눈 아래에 있다.
물론 관객의 생각은 '본이 잡히거나 다치면 어떻게 하지?'가 아닌
'저놈 저거 다 보고 있는데 어떻게 빠져나가지?'겠지만 말이다.
매번 등장하는 '저격수'는 기존 CIA 요원들과는 다르다. 현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CIA 국장의 연락을 받은 후 움직이며 격투기술, 저격 실력도 뛰어나다.
그 특징은 이번 작에서도 잘 나타나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저격수가 벽을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문득 오버워치의 저격수 캐릭터들이 생각나서 혼자 피식 웃었다.
이번에 저격수 역할로 나오는 뱅상 카셀은 기존의 저격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더 치밀하고, 더 냉혹하며, 그 외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좀 더 특별한 것이 있다.
본 시리즈는 전직 CIA요원인 제이슨 본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매 시리즈마다 잃어버린 기억의 단편이 떠올라 괴로워하는 본의 모습이 나오고
이는 각 시리즈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며
극이 진행됨에 따라 기억의 단편은 점점 뚜렷해지게 된다.
본 시리즈가 다른 첩보영화들에 비해 고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치밀한 스토리라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파멜라 랜디 역의 조안 알렌 대신
새로운 인물인 헤더 리 역의 앨리시아 비칸데르가 등장한다.
전작의 파멜라 랜디를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헤더 리의 행동은 어떤 식으로 변화하며,
파멜라 랜디와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영화 감상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내용을 이야기할 순 없지만
매 시리즈마다 엔딩 장면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특히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은 전작들에 비해 상징적이다.
속편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대로 결말을 짓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기에 따라서 둘 다 그럴싸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직접 보시고 판단하는 것을 권한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극장에서 시원하게 볼 수 있는 명품 액션 영화다.
단순히 때려 부수고, 본이 시련을 이겨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정부 시위 장면, 극중 구글을 연상시키는 '딥 드림'이라는 인터넷 플랫폼 개발 회사를 등장시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반영하기도 했다.
전작을 보지 않고 본다면 그냥 40대 중반 맷 데이먼의 시원한 중년 간지 액션 영화 한 편 본 기분일 것이고
전작을 본 후 본다면 가시밭길 인생을 걷던 본이 이제는 꽃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인지,
엔딩 장면은 무슨 의미인지, 그런 의미에서 속편이 나오는 건지 안 나오는 건지에 대해서 등
수많은 즐거운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영화의 이름이 '제이슨 본'인 것부터가 이번 작품이 시리즈의 마지막임을 의미한다고 하지만
엔딩 장면의 모호함도 그렇고, 그게 내가 잘못 본 것일지라도
그래도... 그래도 뒷 이야기가 또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본 시리즈만의 엔딩곡과 엔딩 장면이 주는 짜릿함을 계속 느껴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