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always brings me back to you"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오늘 하루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직감하였다.
첫째, 불을 켜놓고 잠듦으로써 눈이 부었다.
둘째,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내 앞에 있는 게 늘 보던 천장이 아니라 신발장이다.
셋째, 직장인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평소보다 늦었음을 감지했다.
넷째, 핸드폰을 충전기에 안 꽂고 자서 배터리가 부족하다.
다섯째, 그때쯤 간밤에 세탁기를 돌리고 탈수를 기다리다 잠든 것이 떠올랐다.
여섯째, 건조를 못 시켰으므로 오늘 입으려고 계획했던 옷을 못 입는다.
위의 6가지 일들만으로도 이미 하드코어 한 아침의 시작인데 설상가상으로 급하게 일어나려다가 지난주 이케아에서 사온 신발장을 잘못 쳐서 신발들이 공수부대 낙하하듯 우르르 나에게로 쏟아졌다. - 왼쪽 눈두덩이에 신발 자국이 난 건 화장실에 가서야 발견했다. - 좁은 내 원룸은 순식간에 엉망이 됐지만 일단 출근을 해야 하므로 신발이 나뒹굴거나 말거나 베개가 빨래 건조대 위에 올라가있거나 말거나 재빨리 씻고 아무 옷이나 걸쳐 입은 후 집을 나섰다.
집 앞 편의점으로 후다닥 뛰어들어가 아침밥 대용인 삼각김밥을 사서 나온 후 때마침 온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시계를 보니 늦잠을 잤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온전한 시간이었다. 긴장이 풀리자 서서히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내가 주변 사람들에 비해 다소 여름여름한 옷을 입었음을 깨달았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더웠는데...
언제나 그렇다. 계절은 오기 전에 미리 기별을 넣고 오는 법이 없다. 이맘때쯤 올 거라고 예상은 하지만 계절 이놈은 주인공 병이라도 있는 건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를 보이곤 한다. 그렇게 어느 순간 사람들의 옷차림이 든든해지는 때가 오면, 지금처럼 아침 공기가 쌀쌀해지는 날이 오면, 나는 일상 속에서 하는 일들에 조금 더 힘을 주기 시작한다. 이맘때쯤 떠나간 너의 기억에 끌려 들어가지 않도록.
연애를 안 해본 것도 아니었고 만남-연애-이별의 과정이 그렇게 드라마틱한 것도 아니었지만 지윤이를 만나는 매 순간은 특별했다. 실외보다는 실내 데이트를 선호하는 조용조용한 성격의 나와 함께 길을 걷다 핸드폰 매장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출 정도로 흥이 많았던 지윤이는 꽤 여러 가지 면에서 극과 극이었고 그렇게 서로의 다른 점들을 찾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극과 극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차이점들을 찾는 과정은 재미있었고 상극이라는 점이 마냥 나쁜 점만은 아니라는 것을 지윤이와의 만남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런데 너는 왜 그래?'가 아닌 '나는 이런데 너는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걷노라면, 어느샌가 금방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다.
'안 하던 것'을 해 봄으로써 지윤이와 나는 서로의 많은 '처음'을 공유하게 되었다. 하루는 조용한 북 카페를 같이 갔는데, 좀이 쑤셔 답답해하는 지윤이의 앞에 만화책 한 더미를 올려놔주자 얌전해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노라니 지윤이는 내 곁에 찰싹 붙어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
"왜? 이런 얌전한 모습도 처음 봐?"
"방금 이렇게만 안 했어도 되게 얌전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
"...!!"
평소 성실한 식습관으로 인해 생긴 배둘레햄 덕분에 데미지는 경감되었지만 그래도 아프다. 뾰로통한 표정으로 내 옆구리에 기습공격을 훌륭하게 성공시킨 지윤이는 이내 배시시 웃으며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빠는 책 읽는 거 좋아하니까, 앞으로 책 읽을 때마다 지금 내 모습 생각나겠네?"
지금 돌이켜보니 다소 요망한 끼부림이었지만 그때는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지윤이의 이 말은 헤어진 지 1년 반이 되어가는 지금 아주 훌륭하게 현실화가 되었다.
책 읽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버스 맨 뒤에서 세 번째 자리에 무심코 앉았다가 지윤이가 항상 앉던 자리임을 깨닫고 고개를 떨구고, TV를 보다가 지윤이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면 바보같이 채널도 못 돌리고 그걸 끝까지 듣곤 한다. 이렇듯 내 일상생활 곳곳에 지윤이가 묻어 있기 때문에 이 안에서 좀 더 힘주어 살지 않으면 나의 일상은 어느 순간 뒤흔들려 버리고 이내 (과거의) 지윤이에게로 끌려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아직도 지윤이가 그리운 건 맞지만 지윤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그 속에 끌려 들어가면 안 될 일이다. 그것은 지윤이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지윤이의 허상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런 헛된 생각도 한다. 내가 예전 같은 모습으로 나답게, 내가 있어야 할 모습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예전의 지윤이가 나의 그 모습에 끌렸던 것처럼 지금의 지윤이도 언젠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임이 온다 하기에 저녁밥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을 나와서 대문으로 나가,
문지방 위에 올라가서,
손을 이마에 대고 임이 오는가 하여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거무희뜩한 것이 서 있기에 저것이 틀림없는 임이로구나.
버선을 벗어 품에 품고 신을 벗어 손에 쥐고,
엎치락뒤치락 허둥거리며, 진 곳 마른 곳 가리지 않고 우당퉁탕 건너가서,
정이 넘치는 말을 하려고 곁눈으로 힐끗 보니,
작년 7월 3일 날 껍질을 벗긴 주추리 삼대가 알뜰하게도 나를 속였구나.
마침 밤이기에 망정이지 행여 낮이었다면 남 웃길 뻔했구나.
- 작자 미상, '님이 오마 하거늘', 김천택 '청구영언(靑丘永言)' 수록 -
무언가가 항상 날 너에게로 이끌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게 말야.
내가 말하던 무엇을 하던
나는 여기서 너를 느낄 수 있겠지. 내가 사라질 때까지.
넌 날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붙잡고
넌 날 사슬 없이도 움직일 수 없게 해.
난 어떤 것도 이렇게 원한적 없었어.
그저 네 사랑에 빠져 슬픔을 느끼지 않도록 바랬을 뿐.
날 놓아줘.
날 그냥 내버려 둬.
난 너의 중력에 이끌려 다른 순간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아.
난 여기서 꿋꿋하게 서 있잖아. 내가 있어야 할 모습 그대로 말이야.
하지만 넌 내 전부를 흔들어 놔.
넌 내가 나약해서 사랑했었지.
내 생각엔 난 강했는데 말야.
하지만 네가 잠시 나를 만지면
그 나약한 강함은 전부 사라져버렸어.
날 놓아줘.
날 내버려 둬.
난 너의 중력에 이끌려 다른 순간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아.
난 여기 꿋꿋하게 서 있잖아. 내가 있어야 할 모습으로 말이야.
하지만 넌 내 전부를 흔들어 놔.
나 여기서 무릎 꿇고 네가 날 볼 수 있길 바라며 살고 있어.
넌 내게 필요한 전부야.
넌 친구도 적도 아니지만 널 보낼 수가 없어.
아직 이거 하나는 알고 있어. 너는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는걸.
너는 나를 끌어내리고 있다는걸.
너는 내 전부를 뒤흔들고
무언가가 항상 너에게로 날 데려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게 말야.
Something always brings me back to you
it never takes too long
no matter what i said I'll do
I still feel you here, til the moment I'm gone
You hold me without touch
and keep me without chains
I never wanted anything so much
then to drown in your love and not feel your rain
set me free
leave me be
I don't wanna fall another moment into your gravity
here I am, and I stand so torn, just the way I'm supposed to be
but ur on to me, and all over me
oh you loved me cuz im fragile
when I thought that I was strong
but you touch me for a little while
and all my fragile strength is gone
set me free
leave me be
I don't wanna fall another moment into your gravity
here I am, and I stand so torn, just the way I'm supposed to be
but ur on to me, and all over me
I live here on my knees as I try to make you see that ur everything I think I need here on the ground
ur neither friend nor foe, though I can't seem to let you go
the one thing that I still know is that your keeping me down
ur keeping me down
ur on to me, on to me, and all over
something always brings me back to you
it never takes too 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