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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보면 Dec 20. 2016

들을진 모르겠지만

"미안해 멋도 없으면서 참 멋대로 했지"

※ 본 포스팅은 인터뷰 녹취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전문을 넣었더니 분량이 사정없이 길어져서 많이 생략했습니다. 구어체는 글에 맞게 고쳤고 등장인물의 실명이 등장하는데 당연하지만 가명입니다.


※헤어진 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모든 소개팅 등의 만남을 거절하고 혼자 자책하며 힘들어하고 있는 내 친구 L이 이제는 좀 괜찮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친구가 느꼈을 감정을 온전하게 글로 표현하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아. 아 아. 이제 시작하면 되나?"


"어 내가 아까 녹음 버튼 눌렀잖아. 간단하게 소개 좀."


"야 좀 오그라들긴 하네. 존댓말로 해 아니면 반말로 해?"


"알아서 해 어차피 옮겨 적을 때 내가 알아서 바꿀 거야."


"뭐야 막 없는 내용 조작하는 거 아니지?"


"안 그래. 자, 다시 자기소개 부탁해요."


"음 가명 써야겠지? 안녕하세요. 술자리에서 얘기하다가 친구가 글 쓴다고 해서 뭔가 하고 물어보고 나서 까먹었었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저도 그냥 제 얘기가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별로 길지도 않고 대단할 건 없는 넋두리 같은 이야긴데 그래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그냥... 그냥 들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Q. 얼마나 오랫동안 만났나요?


음... 한 3년 만났죠. 알게 된 날들까지 합치면 6년 됐어요. 



Q. 그럼 헤어진 지는 얼마나 됐나요?


야 뭐 이런 걸 묻냐 알면서. 

...3년쯤 됐습니다.



Q. 그동안 옆에서 봤는데 아직도 많이 힘들어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따로 얘기 좀 해달라는 말을 못 했었는데 먼저 이렇게 얘기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확히 말하면 2년 하고도 9개월이 지났어요. 회사도 잘 다니고 있고 아시다시피 친구들도 이렇게 가끔 만나요. 그래서 겉보기엔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잠시 정적)


그냥...참회? 라고 해야 되나. 제가 잘못한 게 많아요. 은영이가 용서를 해 줄지 안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연락을 해 보려고 몇 번이나 마음을 먹었었는데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Q. 예전에 우리랑 술 마실 때 집에 가면서 연락한다고 했었는데, 그때도 안 했겠네요?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죠. 몇 다리 건너서 소식을 들었는데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지내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연락처를 아직 못 지웠는데 번호를 안 바꿨는지 카카오톡에 떠요. 가끔 친구 목록 보면 프로필 사진 바뀐 거 보고 아 잘 지내는구나 하고 있죠.


직접 마주친다고 해도...글쎄요.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아요 어버버거리기나 하겠지.



Q. 아니 뭘 얼마나 잘못한 거예요?


드라마나 영화 같은 데서 보면 대체로 뭔가 큰 사건이 쾅 하고 터져서 그걸 계기로 그 자리에서 헤어지잖아요. 우린 안 그랬어요.


그냥...저는 몰랐어요. 다투다가 내가 화를 내서 울었을 때도 괜찮다고 해서, 친구들이랑 술 마시느라 연락이 안 돼서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이 온 걸 보고 뒤늦게 전화했을 때도 괜찮다고 해서, 나 때문에 친구들이랑 여행을 못 갔을 때도 괜찮다고 해서 괜찮다 괜찮다 해서 진짜 괜찮은 줄 알았어요.

그 괜찮다는 말에 기대서 제가 잘못한 지 모르고 그냥...



Q. 좋아한 거 맞아요?


네 좋아하는 마음은 단 한순간도 거짓 없었어요. 기념일 생일은 다 챙겼고 둘이 시간 맞으면 제가 어디 놀러 가자 한 적도 있고 얘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간 적도 있고...제가 말한 것처럼 문제 일으킨 것 외에는 우린 별문제 없었어요. 네. 적어도 제 생각에는요. 



Q. 그럼 하고많은 노래 중에 이 노래를 고른 이유가 있나요?


아뇨 특별히 없어요. 골랐다기보단 마침 헤어질 때쯤 많이 나오던 노래고 그런 시절에 들었던 노래들이 다 그렇듯 노래에 자기 상황 투영시키잖아요. 그게 다에요. 저한테는 그게 이 노래였을 뿐이고. 지금 다시 들어보니 100% 제 얘기는 아니지만...그래도 몇몇 가사들이 정말 '딱 내 얘기'같았어요.



Q. 헤어진 지 솔직히 꽤 됐잖아요. 근데 아직도 그래요? 솔직히 옆에서 보고 있으면 이제 할 만큼 하지 않았냐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당사자가 아니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안타까워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이해하고 또 고마워요. 


후회라는 게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감정이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지금 알고 있던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우린 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은영이도 '괜찮다'라는 말보다 '좋다', '행복하다'라는 말을 많이 했을 거고 뭣보다 지금 이렇게 칙칙하게 맥주집에서 남자 둘이서 앉아서 인터뷰하지 않았을 거예요. 


근데 지금 그렇지 못하잖아요. 사실 저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후회만 더 깊어져요.


할 만큼? 어디까지 해야 '할 만큼'인 건지, 그 '할 만큼'이라는 걸 채운다고 해서 내가 잘못한 게 사라지기라도 하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Q. 아무튼...알았어요. 길게 인터뷰한다고 고생했고... 다 담으면 너무 길어지니까 솔직히 다 글에 담지는 않을 거예요. 혹시 이 말만큼은 꼭 하고 싶다 하는 거 있어요?


음...아까 연락하려다 하려다 끝내 못했다고 했잖아요. 사실은 그래서 이런 방법을 택한 거예요. 이 글을 얼마나 볼지는 모르겠고 은영이가 볼 리도 없겠지만 그래도 은영이가 한 번쯤은 이 글을 봤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 나는 그냥저냥 지내. 별로 안 궁금해하겠지만. 넌 온몸으로 힘들다고 아프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그때 못 알아채서, 그래서 널 힘들게 해서 정말 너무 미안해. 그때의 내가 서툴러서 그래서 아프게 해서 미안해.


아마 나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넌 이런 내 말도 믿지 못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그날 잡았던 네 손만큼은 진심이었다고.




https://youtu.be/FxS2CNhvtP0


[술제이, 스티 - 들을진 모르겠지만]


우린 가장 힘든 날을 함께 했지만 

가장 행복해야 할 날엔 헤어져있네 

오직 넌 사랑 노래의 주인이었는데 

이 아픈 노래의 중심이 너구나


움푹 패인 볼 살 더 좁아진 어깨

시뻘건 눈은 볼썽사나워 마치 똥개 같아 

표정을 바꿔보지만 Know that I'm ugly 

전화를 걸까 하다 꽉 깨문 어금니

이건 너 하나에겐 전달 못할 진심을

여기저기 공개적으로 올리는 짓이야 

담배 대신 피워보는 엄살 나 지금 죽겠다

현실에선 안되니 랩으로 줄게 다 

아마도 넌 나의 지붕 위의 바이올린

세월이 흘러도 잊지 못할 마릴린 

많이 울었니 니 마음은 나의 오선지 

니 잘못 아니니까 이젠 편히 웃음 지어 

괜찮아 참아 찬란했던 순간도 

결국 찰나야 근데 아직 난 못 관둬

감추고 싶었지만 이 비트가 거울이 돼 

뜨거운 여름이면 뭐 해 난 겨울인데


니가 내 마지막 사랑이 될 거란 

바보 같은 내 바램 따윈 포기할게 

너무나 야윈 니 얼굴 떠올라 괴롭고 미안해 

난 가끔 숨도 쉬지 못해 한숨도 잠에 들지 못해 baby



혼자이고 싶을 때 내 아이폰은 비행기를 타 

꽤 많이 쌓인 마일리지 걱정 없는 기름값 

수많은 희망 위를 배회하다 결국 지옥으로 불시착 

검게 탄 내 속과 다르게 눈부신 창밖 

그리워서 미치다가 왜 그런 여잘 좋아했나 비치잖아

한심하지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나

뒤죽박죽돼버린 평가의 기준점 원만하던 

예전과 달리 난 작은 점 같아 어디에 있던 오타나 얼룩으로 나타나 

미안해 멋도 없으면서 참 멋대로 했지

착한 척했지만 너에겐 잘못된 애겠지 

내 귓속 달팽이관은 너무나 느려서

네 말을 알아듣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 

사랑을 알기엔 너무나 어려웠던 나

상처는 덧나고 그녀는 멀리 떠나 떠나가


니가 내 마지막 사랑이 될 거란 

바보 같은 내 바램 따윈 포기할게 

너무나 야윈 니 얼굴 떠올라 괴롭고 미안해 

난 가끔 숨도 쉬지 못해 한숨도 잠에 들지 못해 baby

마지막 네 행동은 진짜 이상해 

마치 내가 먼저 헤어지자 하길 바라네 

라고 느낄 만큼 서글퍼 외롭고 슬퍼

질질 끌려다녔던 나 마치 슬리퍼

니가 좋아하던 뮤지션들이 싫어져

그의 노래에도 우리의 추억이 흐르니까

복잡하고 무질서한 머릿속 좀 풀어줘

틀린 포지션을 잡은 선수처럼 헤매니까

집착하는 쪼잔한 남자이고 싶진 않은데

결국 우린 또잖아 반복적으로 화를 내

아기야 자기야 사랑스럽던 호칭이 

급기야 잔인한 기억이 됐어 못 고치니까 

아련하게 아파 버릴 수 없는 버릇

미안해 늙어버린 내 나인 벌써 서른 

좀 더 어리게라도 굴 수 있는 너가 부럽다

들을진 모르겠지만 용기 내 불러봐 


니가 내 마지막 사랑이 될 거란 

바보 같은 내 바램 따윈 포기할게 

너무나 야윈 니 얼굴 떠올라 괴롭고 미안해 

난 가끔 숨도 쉬지 못해 한숨도 잠에 들지 못해 baby


잘 지내나?

함께했던 약속들.. 계획들.. 선물들..

다 부질없네 

술제이(SOOL J) 싱글 '들을진 모르겠지만'(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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