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가 너에게 들리길, 거리마다 종일 울려 퍼지길
처음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라는 생각을 했다.
얘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는 보지 못한 모습들 투성이었으니까.
나름 또래 중에서는 머리 좀 컸다고 스스로 자부했는데...
얘는 에너지가 넘치는 것도 넘치는 거지만
도대체 어디로 튈지
다음 행동을 도무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혼자 널 볼 때도, 여럿이 있는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내 눈은 너에게로 향했고,
그건 나뿐만 아니라 너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였는데,
성격이 되게 달라서 끌렸는데
되게 달라서 많이도 싸웠었지.
마치 물과 불이 서로 함께할 수 없듯이.
좋았던 날들은 하나씩 나열할 수 있을 만큼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고
그걸 다 나열하려면 며칠 밤을 꼬박 새워야 할 만큼 많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처음 호감을 느낄 때 했었던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라는 생각은
어느새 '뭐 이런 게 다 있어!'라는 날카로운 말이 되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다.
이대로는 좋았던 많은 나날조차 흐려질 거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조심스레 헤어짐을 말했고,
한참을 울던 너는 자기도 같은 생각임을 말해주었다.
그렇게 달랐으면서 이건 왜 똑같은 건데...
늘 걷던 거리를 걷다가 문득 카페에서 네가 좋아하던
철 지난 노래가 흘러나와 한동안 묻고 살던 너를 떠올렸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새삼 느끼며
퇴근을 서두르던 걸음걸이가 약간 느려졌다.
아직 학생이었던 우리는 능숙한 사회인이 되었고
나이 앞자리도 하나 늘어버렸지.
이사를 몇 번 했는데, 네가 놓고 간 머리끈은
아직도 차마 못 버리겠더라.
여기다 놓고 간 줄도 모르겠지 너는.
뭐... 사는 곳 몇 번 바뀌고 직장도 몇 번 바뀐 것,
많이 먹는 날 아니면 배 안 나오는 것만 빼고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는 너와 함께 살 수도 없고
너 없이 살 수도 없다.
불아, 잘 지내니?
나는 아마 앞으로도 네게 몇 번이나 인사를 건넬 것이다.
잘 지내니?
보고 싶다.
잘 있어 등등.
앞으로 몇 번의 마지막 인사가 전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은 귀가 좀 가렵더라도
그냥 한번 쓱 긁고 넘어가 주시길.
새벽 거리로 하얗게 눈이 내려오면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던 니 얼굴이 자꾸 떠올라
그런 너에게 마지막 인사 하려고 해
너를 보내고 약속했던 그 날이 오늘이 된 거야
매일을 다신 갖지 못할 꿈처럼
사랑했었던 기억 모두를 품에 안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잖아
어깨 너머로 들려오는 사랑의 멜로디가
아직도 나의 귓가에 맴도는 너의 목소리처럼
아프게 하니
너의 기억이 니 향기가
바람을 타고 이 거리에 흩어져
참았던 눈물이 흘러 내려와
너를 사랑했던 사람 나란걸
아침 햇살이 마치 널 안고 있는듯해
꼬마 아이처럼 날 보던 눈빛이 자꾸만 떠올라
나를 봐 니가 없는 하루하루를
내게 주고 간 선물 모두를 품에 안고
내일을 살아가야 하잖아
어깨 너머로 불러주던 너의 그 멜로디가
두 뺨을 지나 내 마음 깊은 곳까지 흘러들어와
아프게 하니
너의 기억이 니 향기가
바람을 타고 이 거리에 흩어져
참았던 눈물이 흘러 내려와
너를 사랑했던 나를 기억해
이 노래가 너에게 들리길,
거리마다 종일 울려 퍼지길
손 모아 기도해
너를 사랑해
어깨 너머로 들어오는 사랑의 멜로디가
아직도 나의 귓가에 맴도는 너의 목소리처럼
아프게 하네
너의 기억이 니 향기가
바람을 타고 이 거리에 흩어져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려 와
너를 사랑했던 사람 나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