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졸업여행
28살 다니던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된 직업을 공무원을 그만두고 나왔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청춘을 수험기간으로 보내버리는 사람들, 자신들의 모든 것을 중단하고 시험에 올인하는 사람들 혹은 끝내 공무원증을 잡아보지 못하고 그대로 책을 덮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으나 사진을 하고 싶었기에 미련 없이 그만두고 나왔다. 부모님께서는 많은 실망과 걱정을 하셨고, 공무원을 그만둘 때 아버지와 했던 약속이 있다. 그만두는 대신 대학교에 진학을 하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나는 28살 9개월에 내 인생 3번째의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며 계절 학기를 통해 남들보다 한 학기 빠른 조기졸업을 하게 되었으며 2월 말 졸업 학위를 받게 되었다. 학창 시절 제대로 된 수학여행을 떠나본 적 없었던 나로서는 스스로에 대한 보상 그리고 대학원에 가기 전에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자 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카메라를 들고 삼다수의 본고장 제주도로 향했다.
뒤바뀐 순서..
제주에 도착한 뒤 처음 일정은 서귀포에 위치한 주상절리와 천제연폭포였다. 하지만 제주에서 만났네의 글을 본격적으로 작성하기에 앞서 따뜻하고 산뜻한 봄 느낌으로 글을 출발하고 싶었다. 아마도 이다음 글부터는 제주에서 보냈던 일정 순서대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날씨 그리고 분위기는 없던 계획도 만든다.
2022년 3월 16일 서귀포에서 제주로 떠나는 아침이었다. 오전에 숙소 퇴실 후 차에다 짐을 옮겨 서귀포를 떠나 제주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3월 16일 수요일의 날씨는 어느 때보다 따뜻했으며 완전히 제주의 봄 날씨를 느낄 수 있는 날씨였다. 오전 일정을 마친 뒤 점심을 먹고 제주로 넘어가기 위해 식당을 알아보던 도중 자꾸 저번에 인터넷에서 봤던 제주 유채꽃 명소 엉덩물계곡이 떠오르고 눈에 밟히기 시작하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었고 혼자 떠나온 여행이라 '혼자 유채꽃이 많이 피어있는 엉덩물계곡 유채꽃밭에 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생각해왔지만 '이때 아니면 또 언제 가보겠나? 제주의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타이밍이 지금 아닐까?'라는 생각에 다시 방향을 바꿔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엉덩물계곡으로 발걸음 옮겼다.
오길 잘했다
엉덩물계곡
주차를 하고 카메라를 챙겨 엉덩물계곡을 향해 1분 정도 걸어가면 노란색으로 가득 물들어있는 엉덩물 계곡을 발견할 수 있다. 엉덩물계곡은 유채꽃으로 가득 차 있으며 하나의 작고 아름다운 동산 같았다. 넓고 길게 펼쳐진 길을 따라 유채꽃 사이사이 기념사진을 남기는 관광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를 알려주는 꿀벌과 나비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리적 특성상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고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곳 제주도. 남녀노소 연령대 상관없이 모두들 유채꽃 사이에 사진을 찍으며 봄의 기운을 느끼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우리는 정말 그토록 봄을 기다려왔나 보다.
따스한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이 순간
3월 중순 유채꽃이 만개한 제주의 엉덩물계곡은 친구, 커플, 가족 또는 필자처럼 혼자 온 관광객들로 많았으며 각자의 방식대로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젊은 관광객들은 남들보다 더 빨리 봄을 만났다는 기쁨에 sns에 자랑할 사진을 고르면서 웃음꽃이 피어 나오고 있었고 유채꽃을 처음 본듯한 아이는 유채꽃을 만지면서 신기한 표정과 함께 부모님에게 달려가는 아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 앞에 카메라로 나를 열심히 찍는 사람들은 누구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지금 당장은 모르지만 훗날 자신의 앨범에서 발견할 어린 시절의 인생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아이, 가족과 함께 유채꽃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는 가족 등등 각각의 사진과 기억 그리고 추억 속을 남기는 중이었다. 노란 유채꽃과 함께 따스한 빛으로 각자의 기억과 사진으로 엉덩물계곡의 유채꽃 그리고 남들보다 먼저 만나는 제주의 봄으로 저장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