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낮은 높이를 가지고 있는 섬 가파도. 섬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는 고작 해발 20.5m로 알려져 있으며 가파도 소망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제주의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하여 가방과 카메라를 들고 소망전망대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궁금하기보다는 예전부터 나만 가지고 있는 이상한 버릇?이라 해야 하는 게 맞겠다. 꼭 어디 가서 전망대가 있으면 그 전망대에는 꼭 올라가야 호기심이 풀린다. (이러면서 막상 등산은 안 함)
소망전망대 가는 골목 그리고 가파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가파초등학교를 지나기 전 우측으로 작은 골목길이 있다. 골목길을 지나 해발 20.5m 작은 언덕 소망전망대 계단에 올라가기 전 다양한 포즈를 하고 있는 돌하르방을 만날 수 있다. 2022년 3월 중순. 평소 필자가 있는 동탄이었으면 외투를 걸치고 다녔어야 했지만 이곳 가파도의 날씨는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외투를 입으면 더운 날씨였으니 이때의 가파도에서 외투는 나에게는 사치였다. 더군다나 카메라까지 들고 돌아다녔으니 자연스럽게 땀이 나기 시작했다.
소망전망대에서 도착하여 가파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뭐랄까? 뭔가 알 수 없는 복잡함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분명히 작은 섬이지만 큰 풍차와 함께 넓은 유채꽃밭과 청보리밭 그리고 그 밭 사이를 가로지르는 작은 길과 작은 마을까지. 가장 하이라이트는 그래도 섬 넘어서 보이는 산방산과 넓은 바다가 아닐까? 뭔가 바다 위에 떠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가파도에서 봄바람을 맞으면서 조용히 멍 때 리던 도중에 이런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내가 진짜 섬에 들어왔구나'
가파도에 들렸던 또 다른 이유
사실 가파도에 들렸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풀어버리면 이 글이 너무 길어지고 특히나 짧고 간결한 글을 원하는 사람들은 가독성이 떨어져 금방 글을 넘겨버릴 수도 있으니.. 내 능력은 부족하지만 스스로 한번 줄여서 풀어보도록 하겠다.
2017년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 본다. 27살의 나이. 그동안 준비해왔던 거에 좋은 결과가 있어 이것저것 준비하던 도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이 길로 가버리면 이제는 다른 길로는 못 갈 텐데..'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사실 그동안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사진'이었으나, 번번이 가로막혀 이루지 못하던 중이었다. 과감히 사진의 꿈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가나 싶었으나 막상 정말로 다른 길로 들어서자니 가슴 한편에서 자꾸 '사진'이 떠나지를 않았고 나를 붙잡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 또한 사진일을 하고 싶었던 미련과 함께 혼란과 격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분들은 어떤 사진 생활을 하고 있나? 일단 찾아나 볼까?'라는 생각과 함께 인터넷, 서점 등등 돌아다니며 이사진 저사진을 보기 시작하였고 그중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진가 두 분이 있었다. 두 분의 사진집을 보면서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으며, 그동안 내가 준비해왔고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졌던 모든 걸 내려두고 사진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도 하였다.
그중에 한 분이 현재 가파도에서 가파도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고 있으시며, 실제로 가파도에서 사진관을 운영하시는 사진가이자 해녀 '유용예 작가님' 이셨다. 비로소 최근에야 제주도에 갈 일이 생겼으며, 해녀를 주제로 했던 사진집 '할망바다'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고 궁금해지는 것과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아졌기에 가파도에 한 김에 잠시나마 인사를 드리고자 사진관에 갔지만 일정이 있으셔서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
아마 내 스스로가 준비가 덜 되어있다는 하늘의 뜻이라 생각한다. 다음에는 꼭 연락하고 방문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파도에 내려와 작가님만의 작업공간 그리고 사진관이 만들어질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 많은 감정이 교차하셨을지..
결코 예술가의 작업 공간은 절대로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가 기대된다. 미처 우리가 알지 못하고 숨겨져있는 가파도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 사진관에서 펼쳐질지…
가파도를 나오면서
1박을 하는 예정이 아니라면 관람객에게 허락된 가파도에서의 시간은 2시간 20분 남짓이다. 가파도에서 자전거를 대여하는 사람들도 있고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 등등 많이 있다. 물론 필자도 당연히 가파도에 들어와 소라구이와 해물라면으로 해장을 하였다. 그 맛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 맛이다.
섬 속의 작은 섬. 가파도에서 보냈던 2시간 20분의 시간은 내 인생에서 잊힐 수야 잊힐 수가 없겠더라. 아쉬움도 남아있지만 격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나에게 작지만 큰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화려한과 신비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제주도. 그 밑에 달려있는 작은 섬 가파도. 제주도라는 거대하고 큰 섬의 그늘에 가려져 있어서일까? 정말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지만 신비의 섬 가파도였다. 2시간 20분이면 가파도 전체를 다 담고 돌아볼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1박을 해도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나는 25%만의 마음을 채우고 가파도에서 다시 제주로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다.
"나중에 엄마, 아빠, 누나랑 오면 참 좋겠다. 꼭 같이 와야겠다"
아! 그리고 관광객 여러분 제발 청보리밭을 훼손하지 말아 주세요. 물론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이쁜 배경을 주제로 인증샷과 인생샷을 남기고 sns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280% 이해하지만,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