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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섬 안의 또 다른 작은 섬 -가파도 유채꽃 풍년

by 림부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이자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제주도. 한라산이 중심을 잡고 있으며 그 주변으로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에게 만들어준 풍경과 에메랄드 색을 가지고 있는 제주 바다까지. 아름다우면서 신비의 섬 제주도라는 별명이 딱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유명한 관광지에만 신경을 쓰고 제주도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변에 같이 있는 작은 섬들을 방문할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때마침 어떠한 계기를 통하여 제주도에서 배 타고 10분이면 도착하는 작은 섬 '가파도'를 알게 되었으며 가파도 방문이 사실상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었다. 3월 중순이 넘어가는 시점 아직까지 꽃 소식은 접할 수 없었지만,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도에서 만큼은 꽃 소식을 빨리 접 할 수 있었고 카메라와 장비를 챙겨 가파도로 향하기 위하여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운진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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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되겠지


전날 밤 숙소에 도착하여 가파도로 향하는 배편을 알아보고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인터넷으로 예약하기 위하여 사이트에 접속하였을 때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단어가 보였다. 그 단어는 바로 '매진'이었다. 순간 그동안 내가 세워왔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으며 모든 계획과 일정을 전부 부랴부랴 수정하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혼자 수첩에 끄적이면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가파도를 화요일 말고 수요일에 방문을 하면... 다녀와서 다른 곳을 들렸다가.. 제주시로 넘어가야하...? 아.. 아냐 이러면 일정이 하나 둘 다 꼬여.. 그렇다면 가파도를 포기할까?? 아니지.. 일단 수요일 배를 예약을 할까? 그렇다면 나는 내일 수요일 일정을 하루 당겨야 하나?? 그러면 여기가 또 꼬여버리는데...'


햄스터가 쳇바퀴 돌리듯이 빙빙 제자리 돌듯 똑같은 생각만 반복하기 시작하였고 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 내 잘못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나는 자책을 하면서 시간을 하염없이 계획을 수정하며 보내고 있었고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똑같은 생각만 쳇바퀴 돌리듯이 똑같이 해오던 나는 머리를 식힐 겸 숙소 옆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맥주와 오징어를 사 가지고 돌아와 잠시 브레인스토밍의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다.


질겅질겅 오징어 다리를 뜯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서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가파도를 포기할 수 없기에 다른 방법이 없나 검색을 하던 와중 반가운 소식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현장 발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일찍 온 순서대로 현장 발매분이 남아있다는 소식을 발견하고 다시 내적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혹시 갔다가 매진되어있으면 어쩌지....?'


맥주 4캔 11,000원의 행복을 마치고 숙소 침대에 누우면서 결심하였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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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을 하는 예정이 아니라면 주어진 시간은 2시간 20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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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안의 또 다른 작은 섬

운진항에 도착하였을 때 다행히 가파도로 향하는 배편 현장 발매가 남아있었다. 그렇게 승선신고서를 작성 후 가파도로 향하는 배편에 몸을 실었다. 2층 야외석에 자리를 잡아 음악을 들으면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우리 배는 가파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나는 하지도 않을 걱정을 하며 가파도에 도착하였다. 당연히 처음 와보는 낯선 땅이기에 천천히 걸으면서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하였고 어디부터 돌아봐야 하나 가파도 지도를 보고 잠깐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였으며, 본격적으로 가파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어디부터 가야 할지 몰라 일단 사람들이 향하는 해안도로를 따라 카메라를 들고 움지이기 시작하였다. 쾌청한 하늘과 바위에 앉아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새들 그리고 누군가가 쌓아 올려둔 돌탑까지. 살면서 처음 방문한 가파도이기에, 분명히 낯설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면서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도대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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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과 하나인 듯 나지막한 섬

가파도로 향하는 배를 탑승하기 전 가파도를 안내하는 책자에 적혀 있는 문구를 발견했다. 그 문구는 '수평선과 하나인 듯 나지막한 섬'이었다. 실제로 아시아에서 유인도중 가장 높이가 낮은 섬이라고 한다. 하늘에서 바라봤을 때 섬의 모양은 가오리를 닮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길을 걷다 보니 가파도를 가로지르는 길을 발견하였고 그 길을 따라 쭉 걷기 시작하였다. 아직 완전하지 자라지 않았지만 거센 바닷바람을 견디면서 무럭무럭 자랄 준비를 하고 있는 청보리밭이 나왔고 그 옆으로는 유채꽃밭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 미생의 청보리밭 길을 따라 걷다 뒤를 한번 돌아봤을 때 내 눈앞에는 정말 수평선과 하나인 듯 나지막한 섬 가파도에서 제주를 바라보는 풍경은 아직도 눈에 잊히지 않는다. 오른편에는 높이 솟아 올라 중심을 잡고 있는 한라산 그리고 왼편에는 작은 산과 더불어 더욱 잔잔한 푸른 바다까지.


이렇게 글로 표현하고자 하니 막상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는 않고, 글을 너무 장황하게 작성하다 보면 읽는 사람도 지치고 사진 감상에 방해가 될 거라 생각이 들기 때문에 사진으로 대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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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중순 이미 가파도는 유채꽃이 만개하였다.


3월 초부터 시작하여 이미 sns와 블로그 각종 인터넷 매체에서는 봄 꽃 사진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하고 각자 작년에 유명했던 꽃 명소 혹은 자신만 가지고 있었던 꽃 사진을 대 방출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아름다운 3월 말 4월 초 꽃 소식을 앞다퉈 다루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정말 찐으로 3월 중순 남들보다 두 발자국 앞서 꽃이 만개해 있는 사진을 올린다면? 심지어 작년도 아니고 2022년 3월 중순에? 가장 먼저 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은 가파도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 남쪽 서귀포 운진항에서 배 타고 10분 정도 더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 가파도. 가파도는 이미 유채꽃으로 만개하였으며, 필자도 사람인지라 꽃구경 자랑을 하기 위하여 유채꽃밭이 있는 곳으로 카메라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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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가파도에서의 유채꽃 풍경


차마 이 모습을 최대한 생생하면서도 봄의 따뜻함을 사진에 담기 위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봤지만 가파도에 펼쳐진 유채꽃과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차마 이 작은 픽셀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실제로 이 풍경의 생생함을 담지 못하는 아쉬움은 뭐라 표현해야 할까? 마치 한 편의 그림 같은 유채꽃밭 위에 바다 건너 자리 잡고 있는 제주도의 풍경까지.. 천국 아니면? 무릉도원?


남들은 봄꽃이 언제 개화하려나? 봄은 언제 다가오려나? 사진으로 꽃만 바라보며 기다릴 때 가파도 이 작은 섬에서는 이미 봄이 시작된 것이었다. 벌들과 나비들은 서로 자신들만의 날갯짓을 하며 이리저리 날아다녔으며 따뜻한 봄바람에 맞춰 꽃들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왜 나는 이곳을 이제야 알게 되었고 왜 이제야 방문했을까? 길 한가운데 서서 펼쳐진 유채꽃과 바다 그리고 한라산까지..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동안 내 마음속에 있었던 고민거리와 걱정거리는 금방 사라져 버리며 오히려 나에게 그동안 고생했다며 위로와 함께 아름다운 장관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가파도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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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유채꽃 명소.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그동안 코로나 시국을 보내왔을 터라 다들 제대로 꽃구경을 하지 못하고 제한된 일상을 지내왔기에 피로감이 극에 달아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애타게 봄 꽃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꽃 명소에는 너도나도 몰리기 시작하고 정신없는 꽃구경이 될 수도 있다. 진정한 꽃구경과 함께 봄 냄새를 맡으려면 어느 정도 여유로움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진정한 유채꽃 명소는 가파도라 확신한다.


특히나, sns가 유행하는 지금 시대에는 남들과 똑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은 매력이 떨어져 간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즉, 나만 아는 명소를 찾는 것이 요즘 세대의 하나의 숙제가 아닐까? 남들이 전혀 모르고 자신만 아는 장소와 자신만의 명소를 찾기 위해 하나의 보물 찾기처럼 우리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에 흔치 않은 풍경, 제주도를 배경으로 남들과 다른 꽃 사진을 찍어 올린다면? 그것도 3월 중순에? 아마 주변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올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 만족감도 올라가고 자존감도 올라갈거라 생각한다.


"거기 어디야?"


아무튼, 그렇게 나는 가파도에 빠져들기 시작하였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가파도의 모습이 궁금해져 가파도를 가로질러 전망대로 향하기 시작했다.


넓게 펼쳐진 유채꽃밭과 바다 그리고 제주의 풍경을 수평선 높이에서 바라보며 한적한 길을 걷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나 또한 그렇게
가파도에 점점 빠져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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