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대 크기의 법당
전날 저녁 숙소에서의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따뜻한 '사람의 정'으로 기억되는 사건이었다. 그렇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키를 로비에 반납 후 아침 9시쯤 다음 행선지로 향하기 위하여 움직였다.
아침일찍부터 향하는 목적지는 서귀포에서 필자가 쉬었던 숙소와 가까운 장소에 있으며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다. 하지만, 동양 최대의 크기의 법당과 함께 바다가 보이는 경치 그리고 제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위치해 있다. 또한 이곳에 조선시대 임금이었던 문종, 현덕왕후, 영친왕, 이방자 여자 등 4인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나마 나의 마음을 평화롭고 경건하게 만들고자 서귀포에 위치한 약천사로 향했다.
제주 약천사
3월의 제주 체감은 벌써 5월
약천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카메라 하나를 들고 내려 약천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분명히 날짜는 3월 중순이지만 체감 온도는 이미 5월 중순이 넘어가는듯한 어느 정도 강렬한 햇빛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사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올 때부터 '살짝 더운데?'라는 생각과 함께 출발했지만 제주는 역시 제주였다.
주차장에서 약천사로 걸어가면 약천사 뒤편으로 들어오게 된다. 약천사에 다 와서 나는 조금씩 더 더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대로 가다가 결국 땀나고 찝찝한 상태로 하루를 소비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입고 있었던 바람막이를 차에 벗어두기 위해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고 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출발하면서 챙겨놨던 물도 같이 들고 나왔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감탄사 그리고 인사
(천주교와 불교가 합쳐지면...? )
법당에 다가갈수록 목탁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왔고 법당 안에서는 스님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절에 가면 항상 우리 모두 법당 내부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은가? 필자 또한 약천사의 내부 모습이 궁금해져 법당 쪽으로 향하였고 내부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우와..."
그리고 압도적인 크기에 살짝 겁을 먹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손에 합장을 하고 부처님에게 인사를 드렸다.
(사실 필자 천주교임. 심지어 묵주팔찌와 묵주반지를 손에 차고 있었다.. 천주교+불교 = 천하무적)
내가 감탄사를 뱉는 동안에도 절에서는 여전히 목탁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필자는 그저 구경하러 온 관광객이기에 조용히 다시 약천사를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제주의 특색을 담고있는 서귀포 약천사
약천사 법당 앞에서 제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계속해서 들려오는 목탁소리까지 그리고 내 손에 있는 천주교 묵주 팔찌와 묵주반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평화로워지면서도 마음이 경건해진다. 하지만, 계속되는 짠내 나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였고 시간을 계속 흘러가기에 나는 1층에서 바라보는 약천사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계단을 내려가기 위해 움직일 때쯤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두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정말 아기자기한
돌하르방이 두줄로 세워져 있었다. 더욱 재미있는 건 서로를 등지고 있었기에 나는 이러한 모습을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재미있게 표현할지 고민하여 셔터를 눌렀지만...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기겠다.
부처님부터 시작하여 법당 그리고 돌하르방까지 모든 게 XL 사이즈
1층에서 약천사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 주변을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작은 연못 위에 앉아 햇빛을 바라보고 있는 돌하르방 그리고 돌하르방의 위치를 알려주는 듯한 주황색 작은 제주감귤, 이미 만개해버린 백련과 유채꽃 그리고 벌써부터 신나서 날아다니는 꿀벌들까지 따뜻한 날씨와 햇빛에 맞게 제주의 봄은 대한민국 그 어디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하여 주차장 쪽으로 걷기 시작하였고 거대한
부처님상 앞에서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인사를 드린 후 다음 목적지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있었다.
나는 왜 약천사를 찾아왔을까?
제주도에는 유명하고 더 색다르고 재미있는 장소도 많이 있지만 내가 왜 약천사로 향했는지는 솔직히 글을 작성하는 지금 이 시점에도 잘 모르겠다. 분명히 처음에 내가 방문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정말 우연히 알게 되었고.. 갑작스럽게 향했던 걸로 기억한다.
단지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는 약천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혼자 떠나온 여행이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기에 더욱 내 스스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글을 작성하는 이 시점에서 약천사에서 촬영했던 사진을 보면 생각보다 적은 양의 사진이다. 카메라는 들고 차에서 내렸지만 사진은 적고 기억에는 오래 남는 장소...
아니면 그동안 사람이 많이 다녀갔던 장소만 다녀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스스로 여행중에 지친거였을까?
뭔가 사람 없는 곳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여유를 느끼고 싶었나보다. 천주교를 믿는 사람이지만 제주도의 거대하고 웅장한 절까지 찾아와 기도까지하고..
3월 중순 제주의 꽃은 만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