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흔적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섬이자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 제주도. 높이 솟아올라있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작은 오름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만큼 각자의 사연과 역사가 숨어있는 신비의 섬 제주. 그중에서도 지리적인 특성상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365일 밤낮없이 파도와 부딪치며 자신만의 모습을 만든 해안이 있으니 제주도 남쪽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이다.
*메인 사진들은 마지막에 있습니다.
날씨의 도움이 필요하다.
커다란 암벽과 파도가 끊임없이 만나 평평한 지형을 만들었고 그 평평한 지형이자 암벽길은 우리에게 용머리해안을 구경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자 세월이 만든 소중한 길이다. 암벽 바로 밑에 있는 만큼 바다와 맞닿아 있으며 파도가 심하거나 기상악화 때는 위험하기 때문에 출입을 금지한다. 그래서 용머리 해안을 가고자 하면 방문 전 꼭 문의를 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아무리 밝은 날이지만 제주의 날씨는 24시간 다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운은 타고났던 건지 필자가 방문했던 날은 파도와 바람이 잔잔했으며 여유롭게 용머리해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세월의 흔적
처음 입구를 들어가 거대한 암벽 밑으로 깎여있지만 평평한 탐방로를 걸어간다. 왼쪽으로는 움푹 파여있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모습을 가진 거대한 암벽. 오른편에는 조금만 내려가면 발 밑까지 올라올듯한 바다 사이를 걸어간다. 우리나라의 모습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해외의 거대한 암벽들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마치 그런 기분과 같다. 대한민국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우리나라 제주도에 위치해있다.
울퉁불퉁한 모습은 진짜 인간의 기술로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적이며 어떤 부분의 암벽 모양은 우리가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하나의 쉼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암벽 부분도 있다. 파도가 강하게 부딪치면서 그 부분은 의자가 되었고 윗부분은 자연스럽게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로 변해있었고 실제로 사람들은 걷다가 많이들 쉬고 있었다.
작은 탐방로이자 암벽을 따라 걷다 보면 넓고 평평한 탐방로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직접 잡은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판매도 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늘진 암벽 밑에서 파도를 바라보며 해산물을 들시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파도소리와 함께 울리는 카메라 셔터소리
굴곡지고 하나의 큰 바위를 넘어가는 곳을 지날 때쯤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가 있다. 그곳은 바로 요즘 흔히 말하는 '인증샷의 성지' 라고 말하겠다. 높이 솟아올라있는 산방산 그리고 바로 뒤에 펼쳐있는 바다와 용머리해안의 탐방길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듣고 있지만 파도소리보다 가장 많이 들리는 소리가 있으니
나 여기서 이렇게 찍어줘!
그렇게 친구 혹은 커플, 연인들끼리 각자의 방식으로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소리가 들린다.
아니! 그렇게 말고 여기까지 잘라서!
(아마도 이 순간 가장 힘든 건 사진 찍어주는 남자친구가 아닐까...)
그렇다. 용머리해안은 관광지이고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객일 것이다. 그렇기에 행복하고 좋은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다운 곳에서 함께 남기고 싶어 한다. 얼마나 좋은 일 아니겠는가? 잠시 지쳐있는 일상에서 떠나거나 혹은 기분전환 겸 여행을 왔고 그 기분에 알맞은 사진을 남기는 게 바로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필자는 혼자 30분 정도 짠내 나는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풍경을 구경하다가 다시 움직이기 위해 일어났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 민폐다.
새롭고 또다시 찾아오고 싶은 장소를 만났다.
제주 용머리해안 탐방로를 돌아보는데 평균 40분 정도 잡으면 알맞을듯 싶다. 사진찍고 이거 저거 구경하다 보면 넉넉잡아 1시간?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다. 사실 용머리해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진시황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고전설화 그리고 매표소 옆 큰 배를 보면 알 수 있는 하멜표류기 등등 ...
지금이야 우리는 입장료를 내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탐방로를 따라 구경하지만 그 전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잠시나마 생각했다. 특히나 출구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영화 혹은 CF에서만 볼 수 있는 마치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듯한 웅장하며 신비로운 암벽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자연이 오랜 시간 갈고닦아 우리에게 만들어준 하나의 시각적인 선물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웅장하고 사진을 찍어보고자 왔지만
제주에서 암벽과 파도의 세월 그리고 역사이야기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