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엉알해안 올레길
이때의 날씨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3월 중순 치고는 엄청나게 더운 날씨였다. 간단하게 얇은 긴팔 위에 후드티를 입었지만 금방 나의 몸은 열이 오르고 있다는 신호를 땀으로 알려주기 시작하였고 용머리해안을 한 바퀴 돌았던 나는 땀이 나기 시작하였다. 마침 또 출구에는 이런 상황을 귀신같이 알고 있으시는 상점 주인 분들께서 돌하르방 페트병에 오렌지 스무디를 얼음물 속에 담아 판매하고 있었으니 이 상황을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렇게 나는 시원하게 돌하르방 오렌지 스무디를 마시면서 다음 행선지인 제주 한경면에 위치한 엉알해안으로 이동하였다.
올레길 중에서 엉알해안을 선택한 이유?
제주에는 정말 많은 코스의 올레길이 존재한다. 사실 나는 올레길 코스에 관해서 딱히 큰 관심이 없었으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녔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곳이 올레길이었다.
쓸모없이 다른 이야기는 거두절미하고 많고 많은 올레길 중에 엉알해안 올레길을 선택한 이유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아름다운 경치 31곳에 선정되었으며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절벽은 퇴적층으로 이루어져 약간의 애국심을 더하자면 한국의 미니 그랜드캐니언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주의 바다
아름다운 절경
그리고 삼다수의 향기
나의 얼굴을 아수라백작으로 만들어버린 의문의 바위
징검다리 건너듯이 바위를 밟으며 해안가 쪽으로 가고 있었을 때 바다 건너편 작은 섬이 내 눈에 들어왔고 섬을 바라보며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져가 보고자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섬을 향해 눈길을 돌리는 순간 내 앞에 섬을 닮은듯한 바다 가운데 자리 잡은 큰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뭐지? 저 바위는? 마치 건너편 섬의 축소판같이 많이 비슷한데?'
그렇게 나는 섬을 축소시켜둔 듯한 느낌을 주는 바위에 빠져들었고 나의 머릿속은 여러 생각들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저 바위는 저 섬을 바라보는 걸까?'
'저 섬에서 떨어져 나온 걸까?'
'아니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인가?'
'저 바위의 고향은 저 섬이었을까?'
'아니면 영원히 다가가지 못하는 존재를 멀리서나마 응원하는 걸까?'
이러한 생각들을 하던 와중에 바위 뒤편으로 나의 눈길을 더 사로잡은 상황이 발생했다.
어? 해녀다!
그렇다. 이곳은 해녀분들이 직접 물질을 하러 바다에 나가는 곳이기도 하였다.
제주도. 전 세계에서 작은 섬이지만 유네스코문화유산 세월의 역사 그리고 해녀까지 만나버린 것이다.
3월 중순이지만 정말 뜨거웠던 날씨 속에서 나는 마스크 위로 내 얼굴이 익어버리는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바위 사이로 파도치는 모습과 함께 건너편 섬 그리고 해녀분들의 모습을 1시간 넘게 앉아서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1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계속 바라보다 보니 다시 나는 땀이 나기 시작하였고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올레길을 걷기 위해 이만 자리를 뜨고 산책로를 향해 걸어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자리를 움직이면서도 계속 홀로 덩그러니 있는 저 바위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였고 다시 돌아가서 앉아 마음속으로 조용히 인사를 하고 올레길을 향해 걸어갔다.
만나서 반가웠어.
다음에 또 보자
잘 있어 꼭 다시 올게
나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에어팟을 꺼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올레길을 걷기 시작하였고
뒤늦게 알았던 사실이지만 나의 얼굴은 마스크 위로 다 타버려서 결국 아수라백작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하염없이 혼자 계속 카메라와 함께 올레길을 걸으면서 다른 여러가지에도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겼지만 너무나도 이야기가 길어지기에 사진으로 대신하겠다.
그때 만났던 바위는 지금쯤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니면 나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오라는 숙제를 내준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