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너는 물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메말랐다 차오르고 넘치고 흐른다
고여서 썩기도 하고 울컥 범람해서 전부 망치기도 한다
향기도 악취도 나며 누구를 쉬이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그런 너를 찾기 위해서 편지를 썼다
어둠 속으로 쏘아 보냈다
작은 은빛 상자에
감기지 않는 눈과 새끼 없는 손가락과
가사를 뺀 미디 음악을 담았다
추락하듯 날아갔다
검은 공간들 사이를 반사하며
너를 위해서 버려진 거라면
그마저도 기쁜 거라고
타오른 친구들은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네가 있다는 곳에 다다라
부딪치고 허공에서 굴렀다
기름을 왈칵 쏟아내며 속은 뒤집어지고
벚꽃만치 빙글대는 중력가속도는 0.38
그리고
모두가 이방인이 되는 하늘이 있었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움직이지 못했다
느낄 수 있었다
너는 이 붉은 하늘 아래서 죽었을 것이다
너에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 하늘에
물들이려 해도 마르기만 하는
수백만 개의 눈동자에
검푸르게 썩어갔을 것이다
허기지고 피로해
태아처럼 둥글게 말려
잠이 들었을 것이다
오래전에
우리가 너무 늦기 전에
유리 가루가 긁어대는 눈을 껌뻑이고
뼈마디가 희게 드러난 손으로 땅을 밀어내며 일어섰다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며 지나간 자리엔
마른 강처럼 흔적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