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이 되기를 >

2013

by 김경


나는 때때로 우리가 서로에게 슬픔이 되기를 바란다

가볍게 찾아왔다 사라지는 즐거움이 아닌

마음 속 깊숙히 내려앉을 아픔이 되기를 바란다

쉽게 표현하고 해소될 서운함이 아닌

말할래야 말할 수 없는 응어리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서로의 감정에 생기는 진폭을 바라보며

그 소리를 듣고 싶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어떤 선율의 노래가 되는지

숨길 수 없이 솔직한 그 언어 속에서

서로의 이름이 어떻게 새겨져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대를 알 수 없는 그 고운 웃음을 넘어

나를 감춰야 하는 따스한 말을 넘어

때때로 우리가 서로에게 시린 슬픔이 되기를 바란다

죽어있는 만남을 그치고

살아서 사랑하고 이별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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