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나 풀법한 이야기 한번 써봄
(누구한테 화난 거 아님, 누구 저격하는 거 아님, 취한 거 아님, 혼자 오래전부터 하고 있던 생각임)
꽤 어릴 때부터 글을 썼다. 만화 삽입곡을 듣다가 가사처럼 낙서한 몇 줄의 시(?)도 창작이라고 친다면 30년은 된 것 같다. 자랑도 부끄러움도 아닌 그냥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을 몇 개 덧붙인다면 나는 덥석 작가로 데뷔할만한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다. 전문 아마추어랄까. 소설은 열심히 구상해도 다채로운 사건 구성이 힘들고, 시는 '대체 불가능하며 미적으로 유려한 표현'을 찾는 게 쉽지 않더라. 또 에세이, 리뷰... 솔직히 다 자신 없다. 그런데 희한하게 어찌어찌 브런치는 붙었네?
30년. 아마추어. 브런치. 이 세 가지의 사실을 더하면 하나의 결과가 나온다. 애매한 재능. 그게 사실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평가하는 수준이었다.
여태껏 그 '애매한 재능'이란 말이 그 무엇보다 비참하고 슬프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근 몇 년 사이에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애매한 재능도 그 밑바닥에 무엇인가를 깔고 있다. 최악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애매한 재능보다 더 밑바닥에 있는 건, '오로지 인정욕구만을 위해 쓰는 글'인 것 같다.
아니, 같다가 아니고 그거 맞다.
오직 칭찬을 위해서, '천부적인 재능 있음'을 확인받기 위해서, 수준 이하의 글을 적고 인정만을 바라는 것.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했다. 글을 읽다가 너무 대단해서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지?' 싶었던 분들도 많이 봤다. 소설, 시, 에세이. 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전체적인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파트에 임팩트를 자유자재로 터트린다. 표현마저 독창적이다. 의도한 부분에서 의도한 만큼 독자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다. 연습으로 훈련이 안 되는 진짜 재능. 그런 사람들은 지금껏 봐온 바, 오히려 피드백에 관대하다. 자신의 소임은 쓰는 것까지. 당장 글이 우레와 같은 환호를 받던, 조용히 읽히던 별 상관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어디 공모전에서 조용히 상을 받아 오던가.
근데 왜 유독 못쓰는 사람들만 피드백에 예민하고, 목을 빼고 인정을 바랄까.
이제 막 글쓰기를 배우고 있고, 창작을 시도한다고 무조건적인 호평을 바라기엔 너무 어리광스럽지 않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상에 어떤 글 한 줄을 내보이는 게 아닐 텐데. 이제껏 숱하게 세상에 여러 종류의 글을 내보였고, 그 결과가 지금일 텐데. 왜 당신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과 옆에서 글을 쓰는 동료가 다른 온도로 그 글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가? 결국 프로가 되었을 때 당신의 글을 봐줄 독자들은 냉정함 그 자체일 텐데.
칭찬만을 바라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빨리 지치고 빨리 접는다. 처음부터 '천부적인 재능 있음'을 확인하고 그렇게 천재로 인정받고 싶었던 건데, 아쉽게도 그게 아니었으니.
천재도 아닌데, 좋은 글 하나 사이에 수많은 졸작이 나오겠지. 그럼 어쩔 때는 많이 읽히고 공감이 돌아와도, 어쩔 때는 아무런 호의적인 피드백이 없겠지. 악평도 달리겠지. 당연히. 애초에 작가는 독자에게 글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인데, 독자를 상전으로 모신다면 상찬을 바쳐야지. 숭늉 대접하고 손뼉 쳐달라고 할 게 아니라. 프로 작가들마저 혹평과 비평을 감내하며 독자가 지불한 책 값만큼의 서비스를 성심성의껏 제공해 주는 서비스업일진대,
왜 칭찬만 바라는 거야? 글을 쓰는 목적이 뭐야? 잘해봤자 애매한 재능에서 뒹굴다가 프로의 피읖(P)도 구경 못할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