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로 재발한 적이 없으니 약을 끊어도 괜찮겠다고 의사가 말했다. 2011년부터 10년간 받아온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이렇게 끝나다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오랜 기간 몸과 마음을 학대하며 살아왔다.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으로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몸에 술을 들이부었고, 목이 칼칼해도 담배를 끊지 못했다. 부정적인 생각과 한 마음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새 삶을 쓰고 있다. 이제는 잘 관리하며 살아야지.
최근에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면서, 마음 뭉클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따듯한 마음으로 글을 읽고 서로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이 모임은 내가 이끄는 게 아니라 다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글쓰기 모임을 해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출간 작가도 아닌 내가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 싶어서 도전하지 않았다. 아무런 결실 없이 시간이 흘러갔고 벌써 11월이 됐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온라인 비즈니스에 관한 강의를 듣게 됐다. 들어보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직장 고민으로 찾아오는 내담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왔다. 직장 말고도 돈 벌 방법 많으니, 다른 일에도 도전해보라고. 그런데 말뿐인 조언에는 힘이 없었다. 다양한 일을 해봤지만, 큰 성과를 이룬 적은 없었기에 해줄 수 있는 말에 한계가 있었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도 돈 벌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담자들이 내 사례를 듣고 희망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권유받았던 글쓰기 모임이 떠올랐고 실행에 옮겨보기로 했다. 그런데 잘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점점 늦어졌다. 그러던 중 인스타로 이런 디엠이 왔다.
살고 싶어요.
가끔 힘들다고 메시지 보내셨던 분이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일단 사람 살리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가 치유에 좋으니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보시라고 말했다. 아직 모임 개설도 안 했으면서 대책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완벽하게 준비하려는 생각 내려놓고, 어설프지만 어찌어찌 준비해서 신청서를 올렸다. 신청자가 별로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사람이라도 살린다면 이 모임은 가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몇 명이나 신청하려나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순식간에 마감됐다. 2기 모집 날짜를 아직 정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예약하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다. 정말 감사했다.
“이런 얘길 어디 가서 해.”
얼마 전에 지인이 힘든 얘기를 털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예전에 했던 말이었다. 그 때 울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말했다. 이런 얘길 어디 가서 하냐고. 그랬더니 의사가 말했다.
“저한테 하세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의사의 얼굴은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그럴 만도 하다. 의사도 사람인데 나 같은 사람들이 와서 울거나 난리 치는 모습을 온종일 보면 피곤할 수밖에 없을 거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상담사를 찾아가서 얘기를 털어놔도 되지만, 힘들 때마다 계속 찾아가는 건 한계가 있다.
작년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많은 치유를 경험했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도 글 쓰면서 정리되었고,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답답함이 해소됐는데, 따뜻한 댓글이 미소도 가져다줬다.
배부른 소리 한다는 말 들을까 봐,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흠 잡힐까 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말 못 하고 사는 인생이다. 괜히 털어놨다가 상처되는 말을 듣기도 한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내 얘기 공감도 못 하는 사람한테 털어놓지 말고, 글을 써보자. 나를 살리고 남도 살리자. 절망 속에 사는 사람들이, 쓰디쓴 삶으로 새 삶 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