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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임은정 Dec 22. 2022

위축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해."


어릴 때부터 엄마께 자주 들었던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특이하다는 말, 4차원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때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파악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혈액형을 말하면 천재 아니면 바보라는 말을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167이 넘다 보니(현재 키는 173 넘음), 버스를 타면 중학생 요금을 내라고 한 적도 있고, 어딜 가든지 키가 몇이냐고 물어봤다. 그 당시 별명이 걸리버, 거인이었다. 키가 작은 애들이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키를 재보는 게 너무 싫었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특이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키가 몇이냐는 질문을 듣는 일이 반복되면서 점점 위축됐다. '이런 말을 하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려나' 싶어 사람들의 시선을 살피게 됐고, 큰 키를 조금이라도 작아 보이게 하고 싶어서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발 굽이 2cm가 넘어가는 신발은 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작아 보이고 싶었으니까.

키가 작아서 마음에 한이 되는 사람은 내가 하는 말이 전혀 공감 안 된다는 걸 안다. 그런데 그 당시의 나는 키가 작아지는 게 소원이었다. 키 작은 친구들이 나에게 키 좀 떼어서 자기에게 달라고 할 때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주고 싶은 정도였다.


불편한 신발로 인해 발에 통증이 생기고, 고개를 숙이고 다니다 보니 거북목이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살피다 보니 말도 더듬거리게 됐다. 장난이긴 하지만 누군가는 나보고 언어장애가 있는 게 아니냐고 놀리기도 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재차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보니, 점점 입을 여는 게 두려워졌다. 사람들이 동시에 쳐다보면 얼굴에 피가 쏠려서 빨개졌다. 소수의 친구와 있을 때는 말을 곧잘 하면서도, 사람들 수가 많아지면 말을 하는 게 어려웠다. '왜 이렇게 말이 없냐'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몇 시간 내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만 있다가 집에 오면,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었다.


늘 남과 비교하며 나를 미워했고, 왜 이렇게 못났을까 싶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차츰 변화가 생겼다. 움츠러든 내 모습 속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해 주고, 끊임없는 칭찬과 응원을 보내준 친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희망을 품고 새로운 일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이전 글 '희망이 주는 영향이 이렇게 클 줄이야' 참고) 의식적으로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고 다니다 보니, 자세도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키가 큰 내 모습이 좋다.


예전에는 나만의 시야에 갇혀 있다 보니, 나의 어려움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상담 일을 하면서부터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늘 남과 비교하며 자신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남들에게는 그렇게 못하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냉혹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과거의 내 모습과 똑같은 모습의 사람들을 보면, 희망을 주고 일으켜 세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과거의 나를 살리는 일처럼 느껴져서일까.


우리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없다. 비교라는 건 동일한 조건, 동일한 사람이라는 기본 전제가 바탕이 돼야 가능한 거라 생각한다. 남이 아니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해야 정확한 비교가 아닐까.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과거의 나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현재의 나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비교하자. 하루라도 더 살면 뭐 하나라도 더 배운다. 우리는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모습을 보고 좌절하지 말고, 그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보길 바란다. 칭찬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나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보자. 과거의 내 모습과 닮은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모습 그대로 특별하다고 생각해."



위 글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이라는 주제로 20분간 즉흥 글쓰기 후(풍동도서관 프로그램에서 운 좋게 무료로) 이동영 작가님의 피드백(20만 원 상당)을 받고 퇴고 한 글이에요.(밑에 첨부한 글은 초고)

글쓰기에 도움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피드백 내용을 공개하니 참고하세요:)


+피드백+

*써보니까 어땠는지, 소리 내어 읽어 보니까 어땠는지 비교하기*

첫 문장 아주 좋음. 따옴표 인용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첫 문장에 대한 보충이 다음 문장에 들어가서 좋고, 읽고 싶게 만드는 문장이 이어진 것도 좋음.

흥미진진한 전개와 앞부분 캐릭터 설명을 감각적으로 했고, 인물 묘사를 잘했음.

문장을 읽으면서 모습을 연상하게 만듦. 단점을 드러내는 솔직함도 좋음.


*고칠게 많을수록 좋은 글. 고칠 게 없으면 총체적 난국*

-시간이 없어서 생략된 것들 보완하기.

성격이 밝아지게 된 구체적인 계기, 외부에서 어떤 말을 들어서 변화했는지 충분히 설명하기.

-위축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예시를 들어도 좋음(캐릭터 묘사 하기).

그런 사람들이 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지도 적으면 좋음. 변화의 계기를 쓰기

-수미쌍관이 제대로 되려면 첫 문장의 느낌을 마지막에 비슷한 느낌으로 다시 등장시키면 좋음.

(따옴표로 시작한 첫 문장과 따옴표로 끝난 마지막 문장→수미쌍관)

마지막 문장이 "~라고 생각해."로 끝나면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음.

*수미쌍관이란? 첫 연과 끝 연의 두 연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반복되는 구성법(출처: 지식백과)


20분간 즉흥 글쓰기 초고 (악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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