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와 편식가, 마니아와 외골수
당신은 전자인가 후자인가
나는 거의 항상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글의 주제를 선정하는데 오늘도 또한 우리 집 라멘에 대한 리뷰 '라멘 마니아들은 사진만 봐도 딱 아는데 ㅅㅅㅅㅅ님의 말을 듣고 갔는데 하쿠텐이 아니다'라는 뉘앙스의 리뷰를 보며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오늘도 내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 유튜브 댓글의 그분께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한다.
미식가와 편식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미식가는 맛있는 음식을 즐겨 찾아먹는 사람들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미식가의 개념은 사실 더 넓은 개념으로 확장해 생각해야 한다. 음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미식가이며, 내 입맛에 맛있는 음식만 잘 먹는 사람은 편식가에 가깝다.
음식이라는 것은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그리고 다양한 문화에서 발전해 왔으며 각기 그 상황에 따라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이 맛있어하는 음식을 만들며 발전해 왔다. 즉, 음식의 맛있음은 다름의 문제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누구에게는 고수가 먹기 힘들지만 누구에게는 최애 채소로 취급받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고수를 잘 먹는 사람은 고수를 못 먹는 사람보고 "너는 미식가가 아니야."라고 할 수 있을까?
자,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 유튜브의 그분께서는 당신이 '라멘 마니아'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집에 초기에 오셨던 라멘 마니아들 사이에 유명한 모 인스타그래머님께서는 '이에케와 느낌이 다르지만 담백하고 좋았고 다음에 간장만 추가하면 좋겠다'는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인정하는 피드를 남겨주셨다. 이분은 마니아이기에 라멘을 즐길 줄 알며 다양한 모습의 라멘에 대한 존중이 있다. 그분은 어떤 라멘만이 최고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특정한 라멘을 좋아하고 그 라멘을 최고로 치는 사람은 '외골수'다. 그냥 그 라멘에 흠뻑 빠진 사람일 뿐 진정으로 라멘을 즐기는 마니아라고 할 수 없다.
언젠가 가족끼리 라멘을 먹으러 유명한 매장에 방문한 적이 있다. 내 딸내미는 그 집의 라멘을 거의 다 남겼다. 게다가 고기라면 환장하는 내 딸이 차슈도 싹 다 남겼다. 그렇다면 내 딸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줄 모르는 걸까? 아니, 그냥 아직 그 맛을 모르거나 혹은 취향이 아닐 뿐인 것이다. 내 딸은 마니아가 아니라 즐길 줄 모르지만 외골수가 아니기에 그 집의 라멘이 잘못된 라멘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일본 라멘의 전설 요코하마의 '요시무라야' 계보를 타고 내려오는 수많은 이에케 라멘은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되었다. 기본적인 틀은 이에케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각자 라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맛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누구에게는 A 이에케 라멘집이, 누구에게는 B 이에케 라멘집이 더 맛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의 취향에 맞게 발전해 간다. 그렇다면 그들은 요시무라야의 정통 이에케와 맛이 다르기에 이에케 계보가 아니며 단지 사파일 뿐인 것일까? 요시무라야도 그렇제 말하지 않기에 그 누구도 계보를 타고 내려오며 맛을 바꿔가는 이들을 사파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이 라멘 마니아가 갖추고 있는 라멘이라는 음식에 대한 마니아로서의 존중이다.
여러분이 만약 미식가라고 말하며 특정한 맛의 음식만 좋아하고 그 외의 음식을 즐기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냥 편협한 시각을 가진 외골수, 편식가일뿐이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님께서 이런 말을 했다. '나한테 다른 음악을 만들라고 하지 말고 다른 음악을 듣고 싶으면 다른 밴드나 가수의 음악을 들으라고' 그것이 바로 부활의 아이덴티티다.
미식가는 어떤 음식이든 존중하며 나에게도 맞지 않는 다양한 맛을 새롭게 탐구하며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 함부로 편식가 주제에 미식을 논하지 말고 미식가라는 단어의 품격을 손상시키지 말기를. 빵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