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Cappuccino
우유를 섞은 커피에 계핏가루를 뿌린 이탈리아식 커피
향수병
한때 호주 시드니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전까지는 집을 떠나 자취 한번 해본 적 없던 내게 이역만리 이국땅에서의 시간은 혹독했다. 극심한 향수병 때문이었다. 물을 주지 않아 이파리가 처진 화초처럼 나의 몰골이 그랬다. 지나와 돌이켜보면 아무 일도 아니었던 일들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암울했던지... 낯선 나라에서 동양인으로 영어조차 서툴러 헤쳐나가야 할 것들이 몹시도 버겁게 느껴졌었다.
시나몬 향기를 담아
그날도 방을 구하기 위해 지역신문을 들고 한 카페에 들렀다. 당시 머물고 있던 집에서 이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던 터라, 지역신문에 난 룸 렌털 광고를 훑어볼 참이었다. 먼저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했다. 머그컵 가득 올려진 우유 거품 위로 향긋한 시나몬 파우더가 솔솔 뿌려진 카푸치노. 미미하게 전해오는 단맛과 그 단맛을 덮는 시나몬 향. 내 입술에 묻은 거품을 조심스레 혀로 쓸며 내 눈은 지역신문에 광고를 쓸어내렸다. 그 짧은 순간 암울함에 빠져있던 현실을 잊었다.
카푸치노와 라테
카푸치노 하면 그 풍성한 거품이 특징이다. 도대체 라테와의 차이는 뭘까. 라테와 카푸치노의 차이는 우유거품량의 차이이다. 카푸치노의 우유거품량이 라테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카푸치노는 거품 위에 시나몬 파우더나 초코 파우더를 뿌려서 먹기도 한다. 실제로는 구분이 모호하다. 거품 위에 시나몬 파우더를 뿌리면 카푸치노랄까.
거품의 로맨스
거품. ... 그 거품의 로맨스. 나에게도 내 입술에 거품을 따뜻한 손으로 닦아줄 로맨스가 찾아올까.. 카푸치노를 백만 년쯤 마시다 보면 찾아올까. 가을의 정취가 진한 커피향만큼 깊어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이뤄지지 않는 로맨스를 카푸치노 한 잔으로 대신해본다. 백마 탄 왕자님은 이젠 은퇴했을 거라 생각하며. ㅋ 올겨울 내 옆구리의 난방은 카푸치노다. 그 폭신한 거품을 이불 삼아 내가 꿈꾸는 로맨스는 거품일 뿐이라고 냉정하게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