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Espresso ]
곱게 갈아 압축한 원두가루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뽑아낸 이탈리안 정통 커피
카페에서 처음 에스프레소를 마신 것은 메뉴판 첫 번째 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래전(아주 오래전) 카페 문화가 조금은 낯설 때였다. 주문하는 것도 서툴고 잘 모를 때 메뉴판 첫 번째에 있던 그 생소한 이름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용감하게 그 한약 같은 음료를 주문한 것이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주문받았던 직원이 에스프레소 맞으시죠? 재차 나에게 확인했던 게. 나의 무지함이 드러날까 조심스러워하며 "네"라고 대답했지만, 그 직원은 주문할 때부터 알아차렸을 것이다. 에스프레소 쌩초짜라는것을! 그리고, 받아 든 것은 큼직한 아메리카노 컵에 새의 눈물만큼 바닥에 깔려있는 까만 액체. 이게 홍삼진액인가? 쌍화탕인가? 한 모금 입에 물었을 때 그 쓴맛의 충격이란! 아마도 그 카페 직원은 나를 훔쳐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다 못 마시고....... 버렸다.
난 에스프레소!
몇~~~~년 후,나는 에스프레소 마니아가 되었다. 한때였으나.... 카페에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가더라도 나의 선택은 에스프레소가 되었다. 그렇게 에스프레소를 즐기게 된 계기는 바리스타 과정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커피 맛 때문이었다. 여러 원두로 커피를 내려 커피 원액을 시음해보면서 차이점을 알아가게 되었고, 그렇게 조금씩 내 미각이 커피 맛을 구분하기 시작했을 때는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에스프레소의 두 얼굴
에스프레소를 즐기게 된 건 오후 2,3시쯤 그 나른함에서 구출해내는 각성 때문이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하다 오후 시간이 되면, 몸이 충전 신호를 보낸다. 집중력이 조금 떨어질 즈음에 진하디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면 그보다 굵고 짧은 각성은 없다. 때로는 진한 크레마 위로 각설탕(꼭 각설탕) 한 개를 퐁당! 떨어뜨려 마시면, 첫 모금은 쌉싸름하고, 마지막 한 모금은 달콤하게 마무리가 된다. 내가 에스프레소를 한껏 즐겼을 때는 하루에 4잔까지 마셨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마신 날 몹시도 불면의 밤을 보내며 자리를 뒤척였는데, 그전까지 없던 일이라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깊은 새벽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 네 이놈~에스프레소였구나' 카페인의 부작용이었다.
그란데와벤티
이탈리아 두오모 광장에서 하워드 슐츠에게 영감을 주었던 에스프레소! 하워드 슐츠는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 때 두오모 광장에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이야기하는 이탈리아인들의 모습을 보며 스타벅스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한 잔의 낭만과 이야기와 마음을 담으려 했던 스타벅스 창업주 하워드 슐츠! 그래서, 스타벅스 음료의 용량 표기도 그란데(grande), 벤티(venti)등 이탈리아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추억의 공유
이제 나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음료 주문을 받는다. 에스프레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주문했던 그때의 나와 같은 손님이 아~주 가끔 있다. 주문을 받을 때 에스프레소를 마셔본 적이 없는 손님이라는 걸 내 몸과 마음이 알아차린다. 그래서, 나는 다시 질문한다. 진심으로 친절한 억양으로. 주문 음료를 바꾸도록 우회적으로 권유하려는 마음을 담아 "커피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 그렇게 말을 걷네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며 설명하다 보면 무척이나 안도하는 표정과 함께 주문 음료가 바뀐다. 주문 음료를 준비하며 나는 생각한다. 그분도 훗날 더욱 커피의 매력에 빠져 에스프레소에 대한 추억할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