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물멍, 그리고, 커멍(커피 내리면서 멍하게 있는 것). 커멍은 내가 붙여본 이름이다. 분쇄한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뽀글뽀글 올라오는 기포를 보면서 "커몽"할 수 있다. 커피 머신으로는 맛볼 수 없는 커피 맛도 있지만, 직접 내 손으로 핸드드립 하는 커피 맛은 또 다른 세계다. 요즘처럼 바쁜 생활 속에 조금은 번거로운 일이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핸드드립의 과정을 통해 나름 고상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맛은 커피 머신으로 내린 커피 맛과 확연히 차별이 있다. 원두를 응축해서 짧은 시간에 커피 원액을 추축하는 것과는 다르게 핸드드립 방식은 드리퍼에 원두가루를 담아 시간을 두고 뜨거운 물을 부어 천천히 커피를 내린다. 이처럼 경건하고도 숙연한 시간이 없다.
핸드드립의 도구들
핸드드립의 단상(斷想)
코로나로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고, 여행도 어려워졌다. 답답할 때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그러나, 그마저도 시들해진다. 작은 동네에서 새로울 것이 없는 매일 그곳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사람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보고 싶지만, 동네에서 그런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바닷가에 가고 싶다. 해변을 걷고 싶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수평선뿐인 바닷가. 수직이 아닌 수평선의 안도감에 내 시선은 왼쪽에서 오른쪽 오른쪽에서 왼쪽을 오갈 뿐이다. 수직의 세계 같은 현실에서 이탈하여 바다 저 끝 수평선에 세계에 가보고 싶다. 수평의 세계에서 수평의 사람들과 커피를 내려마시며 쫓길 것 없는 일상의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식탁이 마련된 나의 넓은 정원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프렌치토스트와 함께 아침을 먹는 상상. 그때 나의 고민은 언제 정원에 잔디를 깎을까, 나뭇가지 치기를 할까. 꽃밭에 물을 줄까 하는 것뿐이다. ㅋ
아 핸드드립 이야기가 나를 바닷가로 내 상상의 정원으로 데려갔다. 코로나로 힘겨운 나날이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또는 사랑에 빠져가는 그대들에게 핸드드립 커피의 매력을 느끼며, 일상에 여유를 누려보도록 권해본다. 틀림없이 커멍에 빠져 그 순간만큼은 버거운 현실 밖으로 산책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오늘 프렌치토스트를 해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