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동화] 바다 위 튜브하나 아기 오리 둘

매일 요동치는 감정의 파도에서 지친 하루를 보낸 엄마들을 위해

by 스윗라임

어느 바닷가 마을에 작고 귀여운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반짝이는 두 눈, 아담하지만 야무진 손,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녀는 온 마을의 사랑을 받았답니다.


소녀에겐 가장 아끼는 물건이 있었어요. 바로 항상 소중히 가지고 다니는 투명한 가방이었죠. 그 속엔 아이가 모은 보물들이 가득했어요. 매일 이곳, 저곳을 다니며 수집한 반짝이고 어여쁜 물건들 말이에요.


모두들 소녀의 보석을 보며 감탄했지요.

“우와 멋지다”

”정말 아름다워”

”어쩜 이리도 빛날까”


소녀는 매일 보물들을 꺼내 보며 꿈을 꿨어요.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이 보물들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숙녀로 만들어주겠지? 이 보물들만 있으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야.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시간은 흘러 소녀는 숙녀로 자라났어요. 드디어 가방 속 보물들을 꺼내어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온 거예요.



제일 먼저 가장 아끼는 보물을 꺼냈어요. 선이 날렵하고 우아한 만년필이었지요. 종이 위에 그려낸 소녀의 이야기들은 반짝반짝 빛이 났어요. 그녀는 모두가 칭송하는 동화 작가가 되었답니다.


다음으로 그녀는 커다랗고 하얀 조개를 집어 들었어요. 그 속엔 영롱하게 빛나는 귀한 진주가 들어있었지요. 그녀는 조심스레 꺼내든 진주를 곱게 갈아 동화에 넣을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신비로운 동화에 반짝이는 진줏빛 그림이 더해지자 세상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답니다.


그렇게 그녀는 어릴 적 꿈꾸던 대로 화려하게 빛나는 멋진 숙녀가 되었어요. 온 세상이 원하는 그녀의 하루는 바쁘게 지나갔어요. 자연스레 어린 시절 소중히 지니고 다녔던 가방은 잊혔지요.

시간은 흐르고 유명세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평범해지고 지겨워질 만큼 지친 어느 날. 그녀의 눈에 방구석 커튼에 가려져 있던 가방이 눈에 들어왔어요. 지친 몸을 일으켜 가방에 남아있는 보물을 집어 들었죠.




'튜브'였어요. 그녀가 어릴 적 살던 바닷가 마을에선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평범한 튜브.

항상 곁에 있어서 특별할 것 없었지만 언제나 함께 했기에 언젠가는 당연히 내 몫이 될 거라 꿈꿨던 보석. 하지만 자라면서 다른 보석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바로 그 어린 시절 소녀의 보석 말이에요.

현실에 지친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기로 했어요. 어린 시절 자라온 바닷가로 돌아가 튜브를 타고 저 넓은 바다에 나갈 생각에 신이 났지요.


그 시절, 해변에서 바라본 넓고 푸른 바다는 참 포근하고 평화로웠고 바다 위 태양은 매일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였거든요. 세상에 지친 지금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바다에 둥둥 떠서 따스한 태양 아래 여유로이 쉬고 싶었어요.

그래서 멋진 동화도 반짝이는 삽화도 모두 뒤로한 채 다시 가방을 들고 어릴 적 그 바다로 도망쳤어요. 바다는 여전히 그대로였고 태양은 따뜻했지요.

해변에 도착한 그녀는 온 힘을 다해 튜브를 불기 시작했어요. 바람이 꽉 채워지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그렇게 열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튜브가 완성되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답니다. 꿈에 그린 그 바다로요.


잔잔하고 포근한 바다의 품에 안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작고 예쁜 오리 두 마리가 그녀를 찾아왔어요. 너무나도 작고 어린 노란 오리들이었어요. 보자마자 한눈에 반할 만큼 사랑스럽고 어여쁜 아이들이었죠.

혹여 이 작은 아이들이 파도에 휩쓸려 갈까 걱정된 그녀는 아이들을 품에 꼭 안고는 앞으로 평생 함께하자고 약속했어요.

평화로웠지만 혼자라 외로웠던 그녀의 시간은 더 풍요로워졌어요. 짹짹이며 말을 걸기도 하고, 엉덩이를 흔들며 뒤뚱거리는 걸음걸이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그녀를 행복하게 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그녀의 자리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튜브를 모두 차지할 만큼 커지자 한없이 여유로웠던 그녀의 일상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답니다.

좁아진 튜브는 파도의 작은 울렁임에도 위태롭게 흔들렸고 그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약해졌지요. 예전이라면 사랑스럽다 미소 지을 아이들의 해맑은 장난도, 튜브를 흔들어 뒤집어버릴 만큼 위태롭게만 느껴졌거든요. 불안해진 마음에 덜컥 가슴이 내려앉아 튜브가 푹 꺼질 만큼 울음이 터지는 날이면 아이들도, 그녀도 한참을 물속에서 허우적거려야 할 정도로요.


그렇게 지쳐잠든 아이들을 토닥이며 다시 힘을 내보기도 하고 꺼진 바람을 다시 채우며 마음을 다잡았다가도 또다시 울먹이며 헤매는 날들은 계속되었답니다. 모두가 조금씩 바다로 침잠해 가는 것 같았어요.


바다에 뛰어들기 전엔 몰랐어요. 아이들이 찾아오기 전엔 몰랐지요. 그녀 스스로 이렇게 약한 사람인지, 아이와 함께하는 세상엔 가끔은 이렇게 위태로운 시간도 함께 한다는 걸요.


그녀와 아이들은 오늘도 넓은 바다에 누워 따스한 햇살을 즐기다가도, 가끔은 힘이 빠져 물속에서 허우적대기를 반복하고 있답니다.


대신 자라나는 아이들만큼 조금씩 그녀의 튜브를 키워가고 있어요. 처음 그녀만을 위해 준비했던 그 자리는 아이들과 함께 항해하기엔 너무 좁고 위태롭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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