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펜 있어요?
강의가 시작되자 메모할 펜이 나에게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옆에 앉은 이는 큰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강의를 들을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강의를 들을 사람이 노트만 챙기고 필기할 펜을 챙기지 않았다니.
참 우습기도 하지.
그런 모습으로 계속 강의를 듣는다는 게 우스워 옆 사람에게 펜을 빌리기로 했다.
음..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번 찾아볼게~
다시 큰 가방을 꺼내 뒤적이던 이가 눈 앞으로 손을 내밀며 펜을 흔들어 웃어준다.
“여기 있다~”
쥐어준 펜을 들고 있으려니 그 한마디가 마음을 울리며 뭉클해졌다.
어쩌면 그동안 난 그런 아버지를 찾지 않았던 건 아닌지..
아빠, 나 아빠가 필요해요.
그저 그렇게 솔직하면 되는데
그러면서 필요가 채워지지 않는다고 길을 헤매고 도움을 구할 길이 없다고 원망을 했던가.
아버지는 늘 곁에 계셨지만 나의 낮아져 버린 마음에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마음을 헤아리며 기다리셨던 건 아닐지. 언제든지 나에게 “여기 있다~”라며 뻗은 손을 쥐어주며 나의 만족 가득한 얼굴을 마주하고 싶으셨을 그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