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하다 보면 진짜가 된다.

by 라임웨일

행동이 감정을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이처럼 감정은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는 이 상식을 정반대로 해석했다.


그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며 우울해서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움츠러들기 때문에 우울해진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가 발표한 ‘감정 이론(Theories of Emotion)’ 중 하나인 제임스-랑게 이론(James-Lange Theory)의 핵심 개념으로 "우리는 울기 때문에 슬프다. 감정은 생리적 반응(몸의 반응)의 결과로 생긴다."라고 말한다.

감정은 몸의 생리적 반응에 따라 생기는 ‘결과’라는 주장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행동이 감정을 이끈다는 자신의 주장과 더불어 ‘그런 척하기 원칙(As If Principle)’을 제시했다. 그가 주장한 그런 척하기 원칙이란 감정이 생기기를 기다리기보다, 그 감정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면 실제 감정이 뒤따라온다는 주장이다.


그의 저서 <The Principles of Psychology(1890)>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울기 때문에 슬프고, 때리기 때문에 화가 나며, 떨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

(We feel sorry because we cry, angry because we strike, afraid because we tremble.)

“명랑해지고 싶다면 명랑하게 앉고, 명랑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며, 이미 명랑한 사람처럼 행동하라.”

(To feel cheerful, sit up cheerfully, look around cheerfully, and act as if cheerfulness were already there.)

즉, 감정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대신, 능동적으로 행동함으로써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현대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되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전 세계 19개국 3,878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사진 속 사람의 미소를 흉내 내거나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웃는 표정을 짓게 하자 참가자들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더 높은 행복감을 느꼈다.

스웨덴 연구팀은 긍정적, 부정적 이미지들을 보여주며 참가자에게 웃거나 찡그리는 표정을 짓게 하고 그 이미지를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미소를 지었을 때 같은 사진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 효과는 미소 짓는 동안에만 나타났고, 몇 분 뒤에는 사라져 버렸다.

미국 캔자스대학의 타라 크라프트 교수팀은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무표정한 얼굴, 입가만 웃는 얼굴, 눈까지 웃는 얼굴을 연습시킨 후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가만 웃거나 눈까지 웃는 표정을 지은 그룹이 무표정 그룹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현저히 낮았다. 진짜로 행복하지 않았지만 억지로 웃는 행동만으로도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표정의 변화만으로도 감정 상태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서 우리의 감정이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안면 피드백 가설(Facial Feedback Hypothesis)’이라 부른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에이미 커디(Amy Cuddy)는 표정뿐 아니라 자세와 행동도 감정과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TED 강연 ‘Your Body Language May Shape Who You Are’에서 ‘파워 포징(Power Posing)’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는데, 이는 자신감 있는 자세를 취하면 실제로 자신감이 향상된다는 이론이다. 이 강연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TED 역사상 가장 많이 본 강연 중 하나로 꼽힌다.

에이미 커디는 자신의 강연에서 처음엔 완전한 자신감이나 행복이 없더라도 어색하더라도 그 감정을 흉내 내는 자세를 반복하다 보면, 실제 감정이 따라온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모습이 될 때까지 그런 척을 하라.”

(Fake it till you become it.)


다만, 그녀의 주장처럼 ‘파워 포징’이 실제로 호르몬 변화(테스토스테론 증가, 코르티솔 감소)까지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논란이 있지만, 자세와 행동이 자기 인식과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일정 부분 지지가 되고 있다.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인지 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의 내용도 흥미롭다.

인지 부조화란, 개인이 두 가지 이상의 상충하는 신념, 태도, 가치, 혹은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충돌할 때 느끼는 심리적 불편함 또는 긴장 상태를 말하는데 사람이 자기 생각, 신념, 태도, 행동 사이에 모순이나 불일치를 경험하면 심리적으로 불편함(긴장, 불안, 스트레스 등)을 느끼게 되고 인간은 자신의 내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인지 부조화가 생기면, 이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신념, 태도, 행동 중 하나를 바꾸려는 동기가 생긴다.


처음부터 완전한 자신감이나 행복이 없더라도, 그 감정을 흉내 내는 행동을 지속하면 결국 그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심한 사람이 당당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게 되면, 뇌는 이러한 행동을 인지하면서 “왜 평소와 다르게 이렇게 당당하지?”라는 혼란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뇌는 행동과 감정 사이의 불일치에서 오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의 행동에 감정을 일치시키려 한다.


결국, 행동이 먼저 바뀌면 감정도 그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그런 척을 하면 결국 그렇게 된다.



모방의 끝에서 창조는 시작된다.

우리는 타인을 모방하며 배운다.

어릴 적 친구가 웃으면 나도 모르게 함께 웃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슬퍼하면 나 역시 슬픔의 감정을 느낀다. 꼭 나와 관계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 등 영상 속의 주인공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게 되면 스크린 너머의 누군가를 보며 웃고 슬퍼하고 분노하는 감정을 느낀다. 이야기에 깊이 이입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낯선 타인이 아니다. 나와 아무런 인연도 없는 그들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다가오고, 그들의 기쁨이 내 기쁨처럼 느껴진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실제 상황이 아님을 알면서도 등장인물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한 감정이입을 넘어선 뇌의 작용 때문이다.


신경과학은 이러한 현상을 ‘거울 신경계(Mirror Neurons)’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할 때, 마치 내가 직접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뇌가 반응하는 신경 시스템이다.

누군가가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면 내 뇌도 미소 지을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누군가가 고통을 느끼는 장면을 보면 내 뇌도 실제로 고통을 감지하는 부분이 활성화된다.

이 말은, 우리가 느끼는 공감은 단지 마음의 작용이 아니라, 뇌 차원에서 일어나는 모방을 통한 감정 동기화인 셈이다.


이처럼 행동과 감정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그 관계가 입증되어 왔다.

작은 미소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이 생겨나고, 당당한 자세는 자신감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 행동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어느새 그 감정에 익숙한 사람이 되어간다. 자주 웃는 사람은 ‘밝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도전적인 사람’이 된다.


나라는 사람은 정의는 자신이 자주 하는 행동의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정체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패턴이며 자신이 자주 하는 말, 자주 하는 표정, 자주 하는 선택이 바로 자신이 된다.

이 말은 곧, 내가 원하는 정체성 또한 ‘반복된 행동’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웃는 얼굴부터 시작하면 된다.

억지로 웃는 일이 처음엔 어색하고, 마치 가식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변화를 위한 훈련이다. 시작은 가짜 웃음일지라도, 뇌는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반복된 자극은 실제 신경 회로를 강화하고, 연기는 습관이 되며, 습관은 정체성을 만들고, 정체성은 삶을 바꾼다.



나는 누구처럼 되고 싶은가?

누구나 마음속에 닮고 싶은 롤모델을 한 명쯤 품고 있다.

삶에서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는 이유는, 그 사람이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이미 이뤘거나, 본받을 만한 행동과 태도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막연히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에 머무르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보자.

롤모델의 말투, 생각, 행동까지 하나하나 따라서 내 삶에 구체적으로 모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삶이 점점 그 사람의 삶과 점점 닮아간다.


뇌과학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가 하는 새로운 행동이 과거의 기억과 신념을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재각인(Reconsolidation)’이라 부르는데, 기억은 저장되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떠올릴 때마다 수정되어 새롭게 저장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 ‘나는 실패자였어’라는 기억도 있더라도, 지금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변화하려는 행동을 반복하면, 뇌는 과거의 실패조차 “나는 변하고 있어”라는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하게 된다.

즉, 행동은 단순히 현재의 반응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나를 바꾸고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자신의 삶을 진짜로 변하고 싶다면, 그 시작은 ‘모방’에 있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느새 나도 운동하는 습관이 생기고, 책을 읽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책을 읽으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게 된다.

창조는 완전히 새로운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된 변화에서 탄생한다. 모방은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이며, 모방을 통해 행동이 바뀌면 생각도, 감정도, 결국 정체성까지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길 원하고, 실제로 많은 부자들의 자기계발서에도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처럼 행동하라.”, “꿈을 이룬 사람처럼 살아라.”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인생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행동 하나에서 시작된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각자가 꿈꾸는 그 모습대로, 마치 이미 그 꿈을 이룬 사람처럼 행동하며 살아가 보자.


자신이 따라한 행동은 어느 순간, 진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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