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7인 시대에 임신을 결심한 이유(1)

임신에세이_빵빵한 보름 씨와의 만남(0)

by 다라


2023년 통계 자료에 의하면 가임 여성(15세~45세)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지자체별로 봤을 때 서울은 0.5명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혼인율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2022년 자료 기준 15세부터 44세까지 혼인(결혼, 이혼, 사별 포함) 율은 약 40%에 달했고, 본격적인 '적령기'로 분류되는 30세부터 44세까지 혼인율은 70%가 넘었다.

종합하면 결혼은 하는데 아기는 낳지 않는 기조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통계청 인구총조사

https://gsis.kwdi.re.kr/statHtml/statHtml.do?orgId=338&tblId=DT_1IN0508


이 흐름은 실제로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확인이 됐다. 우리는 고달픈 여성의 삶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를 같이하고 있었고 그 중심엔 늘 임신과 출산, 육아가 크게 자리를 차지했다. (사실은 결혼도 포함돼 있었는데...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따로 쓰기로 하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가졌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 돈은 두 배로 나가고 시간은 뺏기고 커리어는 중단된다. 직접 몸이 망가지는 여자와 차이가 있겠지만 남자 입장에서 '손해'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결혼 그리고 출산에 부담을 느끼는 남자들의 입장도 당연히 이해가 된다. 결혼까지는 어떻게 서로 합의를 잘해서 간섭하지 않고 살아가면 double income을 지렛대 삼아 재테크라도 할 수 있지만.. 아이는 정말 이득이 없다!! 내 노후를 보살펴 줄 효자가 보장되는 게 아니라면..


이런 와중에 어른들이 아무리 행복한 가정으로부터 오는 안정감, 아이를 키울 때의 행복을 설파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안정감이랑 행복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육아휴직으로 당장 사라지는 월급, 커리어 단절은 눈앞에 생생하게 닥친 현실이다. 아직 꿈이 많은데 이대로 내 인생 셔터 내리는 걸까. 도대체 뭘 위해? 자식이 뭔데?


이기적인 생각에 앞서 태어날 자식이 불쌍해서 못 낳겠다는 사람도 많다. 빡빡한 경쟁사회에서 1등 아니면 패배자로 살아갈 수많은 범인(凡人)들. 우리나라에 평범한 사람이 살아갈 자리가 있기나 할까?('평범'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혹시 어디가 아프거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못했는데 환경 문제나 기후 재난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는 것이 오히려 이기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저런 걸 다 떠나서 나는 근본적으로 인생이 고행(苦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끝이 정해져 있고 마지막에 너무도 괴로운 이별을 한다. 그 끝에 이르기까지도 수많은 좌절과 불행을 겪는다. 내 작은 마음으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무한한 고통. 그것들이 날 찾아와 내 마음을 베고 내 숨을 앗아가려 할 때마다 나는 울고 숨고 치를 떨며 이름 모를 신을 원망했다. 이렇게 괴로워하는 걸 구경하면 재밌나요? 애초에 세상을 왜 만드셨나요?


그래서 인생은 비극인가? 이대로 끝내도 좋나? 생각하면 다시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힘든 거 맞았고 그때마다 죽을 만큼 괴로웠는데 그와 별개로 살아있어서 행복한 순간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 순간들은 절대적이고 불멸하다. 내가 느꼈던 느낌 그 자체로 영원히 존재하는 순수 행복. 그 기억이 또다시 나를 '살아가도 좋겠다.' 생각하도록 이끌었고, 그 생각으로 '다른 생명도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그 기억이 무엇인지는 다음 편에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