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한 보름씨와의 만남(11)
출산 직후 바로 남겨보려 했는데 벌써 한달이 다돼간다.
그새 출산의 고통과 기쁨이 살짜쿵 옅어졌지만.. 최대한 기억해내서 써보기!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선 배가 너무너무 너무 아팠다. 아직도 그 밤에 본 풍경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새카만 밤 한적한 거리에 홀로 남아있는 네온사인들. 그 불빛을 지나고 지나면서 주기적으로 진통이 찾아왔다. 악 소리가 절로 나왔고 남편이 참지말고 소리를 지르라고 했다. 과속방지턱은 평소에 신경도 안쓰였는데 진통하는 중이니 남편이 살살 운전을 하는데도 너무너무 아팠다.
계속 진통어플을 확인 했는데 주기가 낮처럼 정기적이진 않았지만 대충 잡히고 있었다.
새벽 내내 켜두었던 순산해요 어플... 진통을 겪으며 맘카페에 계속 '가진통' '이슬' '피비침' '진통주기' 같은 걸 검색했다. 피비침이랑 진통주기는 있는데 자궁문은 안 열린 경우 어떻게 되는 건지 알고 싶었기에 ㅋㅋㅋ 그리고 진통주기가 5분 이하인 경우 자궁문은 얼마나 열린 건지도.... 낮처럼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이 생기지 않으려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결과적으론 그렇게 많이 열려 있지 않았다 ^^; ㅠ ㅋㅋ
아, 지금 겪는 진통이 가진통이 아니고 진진통인지 확신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맘카페 다른 사람들 후기를 통해 내가 확신하게 된 계기는 '쥐어짜는 고통'이 있는지였다. 가끔 '가진통일까요?' 글이 올라오면 댓글로 '진진통이면 글 못 쓰십니다...'가 있었는데 나는 진진통을 겪으면서도 열심히 카페 검색을 했으니까 글도 쓰려면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온몸을 쥐어짜는 고통은 맞다. 주기가 돼서 진통이 찾아오면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온몸을 베베꼬고 몸부림치다가 진통 주기가 끝나면 다시 글을 검색해서 읽었다;;; 그러니 폰으로 이 글을 읽고 있다고 해도 가진통이라고 낙담(?)하지 마시길...
그리고 순산 후기를 많이 읽었다. '제왕절개 엔딩'이라고 되어있으면 일부러 클릭을 안했다ㅜㅜ 긍정회로를 돌리기 위해... 병원에는 따로 전화를 해보지 않았는데 혹시 오지말고 참으라고 하면 난 너무 괴로울 것 같아서 그냥 상의 없이 직진해보기로 한 거였다 ㅋㅋ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실 문 버튼을 눌렀더니 살짝 앳되보이는 인상의 간호사 님이 나오셨다. 진통을 겪고있다고 했더니 몇 분 주기인지 물으셨고 5분 30초라고 했더니 다행히(?) 집에 가라고 하진 않으셨다 ㅋㅋ 유도분만 날짜가 따로 잡혀있는지 물어봤고 아니라고 하니까 입원 동의서를 주고 쓰라고 하셨다. 솔직히 이때 진통이 너무 쎄서 서있기도 힘들었는데 동의서를 쓰라고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ㅜㅜㅋㅋㅋ 앉게라도 해주시징... 동의서에는 남편과 내 최종학력을 묻는 란이 있었다. 이건 출생신고할때도 물어보던.... 통계에 활용하는 것 같은데 부모 학력으로 무슨 통계를 내고 싶은 걸까.
동의를 하고 입원실로 이동했더니 속옷까지 다 탈의하고 가운 같은 걸 입으라고 안내해주셨다. 전날 오전처럼 퇴짜(?)를 맞는 일은 없고 들어가면 일단 유도를 해서라도 분만을 이뤄내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굴욕 3종세트(관장 제모 내진)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굴욕적이진 않았다. 내진 결과 자궁문은 1.5cm 열려있다궁.. ㅜ.ㅜ.. 그렇게 아팠는데 아직도 1.5cm라니!!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