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회사 동기 한 명이 휴직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큰 병이 발견돼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입니다. 간절함으로 기도밖에는 믿을 게 없다고 하는 말이 가슴에 깊숙이 와닿았습니다. 아픔을 품고 처절한 사투를 진행 중인 그 앞에서 숙연해집니다.
둘러보면 참 아픈 이들이 많습니다. 몸의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마음의 고통으로 견딜 수 없는 이들이 더해가고 있습니다. 굳이 우울증이나 자살 통계 수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 시대 모든 사람이 안팎의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아파하는 게 느껴집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영봉 목사의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는 이 같은 우리의 모습을 신앙적으로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해 주는 서적입니다. 책이라기보다는, 제목 그대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진솔하게 전하는 ‘편지’로 느껴집니다. 이분의 저서는 성경을 거울로 사람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보아 자기모순을 발견하게 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 특성이 드러납니다.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 저자인 김영봉 목사의 묵상은 깊이 있으면서 친근합니다. 최근 몇권의 책이 연속적으로 나오네요!
“아파서 그런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이 아파서 그런다”라고 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내 아픔에 집중하다 보면 나를 이렇게 만든 문제의 원인으로만 상대를 평가하지, 그의 상처를 보기는 힘듭니다. 어쩌면 저도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제 아픔은 감춘 채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지 모릅니다(아니, 확실히 줍니다!).
우리는 아픔을 주고받으면서 늘 자신만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전인수’, ‘내로남불’... 이 사고가 너무도 깊게 밴 것 같습니다. 나만이 아닌 저 사람도 구하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제 상처에, 그리고 제가 주는 상처에 정직해지길 소원합니다.
정말... '저 사람도 아픈 사람입니다'
더불어 용서를 다룬 단락에 대해서도 깊은 울림을 느낍니다.
사랑의 본체이신 하나님을 떠났기 때문에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성’이라는 질병으로 내가 타인에게 준 상처를 인정치 않고 사과하지 않으려 한다는 고찰이 제 마음을 파고듭니다. ‘그 사람의 이점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했거나, 제대로 용서를 구하지 않고 적당한 상황 모면에 신경 썼던 수많은 행동이 머릿속을 때립니다ㅠ.ㅠ
하나님의 사랑으로 제 내면이 채워지는 수밖에 방법은 없습니다.
우린 삶과 죽음을 풀어야 할 문제로 생각해 왔습니다만, 실은 풀이 대상이 아니라 품어야 할 신비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깊이 품어야만 내면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고난을 제거하자는 노력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저자의 말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삶 가운데 맞이하는 아픔과 슬픔, 원인 모를 고난과 시련, 불공정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갑작스러운 질병과 죽음 등을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해결답안을 찾지 못하고 절망에 휩싸일 게 자명합니다.
반면 신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신앙으로 품어낸다면, 내 연약을 통해 하나님이 드러나고 인생 여정 속 새롭게 비밀을 깨닫는 역사가 이뤄집니다. 태아에게 죽음처럼 보이는 어머니 자궁 속 마지막 순간이 탄생으로 이어지고, 알이 파괴돼야 새 세상으로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삶! 품을 수 있는 대상이 더해지고, 일상 속 기적과 신비를 알아가길 기도합니다.
책 전체의 내용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떠올립니다. 하나님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고 사랑의 본체며, 우리 인간은 그 사랑으로 사랑을 위해 지어졌다는 것입니다. 자기 존재가 부정되지 않을까 두려움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여전히 어렵고 아픔이 느껴지는 일상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며 저 자신을, 그리고 여러분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인간은 쓸모 있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은 뭔가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받고 사랑할 수만 있으면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본문 47페이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