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비롯한 여러 글쓰기 사이트 및 작문 공유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뜻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나아가 책까지 출판할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기술진보가 참 놀랍습니다.
홍보 전문가 동료이자 <나는 PRrist다> 저자이기도 한 최올림(필명)이 ‘부크크’라는스타트업을 통해 새롭게 POD 출판을 했습니다. 브런치에 썼던 글이 책으로 구성됐네요. 시대의 흐름에빠르게 적응하는 인물입니다.
도서명은 <생각사진 photo for it>. 한 장(또는 두어 장)의 사진과 몇 줄의 사색을 함께 담은 38개의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놨습니다. 언어유희 재주가 있는 작가답게(좋은 말로 언어유희지만, 실제로는 그저 아저씨지요!^^), ‘Photo For it’을 읽어보면 ‘포토 포잇(poet)’이라며 ‘시집’으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최올림의 <photo for it> 표지. 전문 출판사에 비길 바는 못되지만, 요새는 참 플랫폼이 좋아졌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이게 책이 될 수 있을까’ 생각 들었습니다.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가끔 봤을 땐 ‘나름 기발하네!’ 여겼지만, 분량이 적고 내용이 다소 가볍다고 할까요? 하지만 안될 것 같은 그걸 해내네요. 역시 실천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입니다.
같은 나이대, 비슷한 환경 속에 사는 작가라서 그럴까요? 그의 사색을 깊이 있게 느낄 새도 없이 책장이 휙휙 순식간에 넘어갑니다. 심심풀이로 보다가 빠져들어 읽게 됐습니다.
가장 자연느낌이 나지 않는 곳에서 찾은 반딧불이. 저는 아마 이 인공이 싫어서 말레이시아 반딧불이 축제까지 다녀왔었나 봅니다.
나름 저도 업계에서 알아주는 글쟁이라고 생각하는데(너무 자화자찬인가요? 아는 사람만 아는 게 문제입니다^^), 최 작가를 보면 겸허해지게 됩니다. 삶 속에서 만나는 하나하나의 대상들을 지나치지 않는 것은 물론, 정제된 단상을 ‘일필휘지’로 써내려갔음이 전해져 옵니다. 직업이 시팔이가 아니기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과감히 “언론 홍보계의 하상욱” 감성을 가졌다고 평가해 봅니다.
스스로 미생을 자처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생활 속 작은 소재에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시선이 재미있고, 유쾌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무엇보다 대상을 살피는 것에 끝나지 않고 자아 성찰까지 이어지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넌 누군가에게 단 맛을 준 적이 있는가
상처와 아픔은 끝내 네게도 올 텐데...
잠시라도 입가에서 즙을 내며 아삭함을 선사하는
단무지 너를 씹으며 오늘 하루도 곱씹는다.
-단무지, 서적64페이지-
단무지를 맛보며 단짠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작가의 시선이 놀랍습니다. 원본은 컬러사진이었을텐데... 편집은 아쉽습니다.
왜 저는 단무지를 씹으며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을까요? 이철환의 '연탄길'을 좋아하는 것과 생활 속에서 저런 표현을 담아내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역시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업계 인물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제목과 글, 사진을 최소 세 페이지로 나눠 편집한 것은 과한 감이 있습니다. 제목과 글을 한 면에, 사진을 다른 면에 마주 보게 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 듭니다. 지금 38편에 조금 더 이야기를 덧붙여 60편 정도로 구성된 개정증보판을 내면서 완성도를 높이기를 기대합니다. 사진과 함께하는 사색이다 보니, 책 속 사진도 컬러로 하면 더 좋을 것 같고요.
다음이 기대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최 작가가 <photo for it>과 함께 POD 출판한, 이 시대 미생들의 삶을 다뤘다는 <존버>도 조만간 꼭 접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