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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Lim Apr 18. 2020

사업 생명력 유지를 위한 지침

<지속 가능한 콘텐츠 사업가> 내 콘텐츠로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홍보팀은 지속경영실 소속입니다. 그래서 단지 회사의 방침과 사업을 외부로 전달하기보다는, 장기간 생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횡재(橫財)를 꿈꾸다 횡재(橫災)를 당할 수도 있기에, 순간의 영화에 눈멀지 말고 꾸준히 오랫동안 사업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실천해야 합니다. (최근 아내가 브런치에 올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리뷰 중 ‘횡재’의 두 가지 의미를 적은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김진태 작가가 올해 초 출판한 <지속 가능한 콘텐츠 사업가>도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콘텐츠와 연계되어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도전하고 있는 자들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서술했습니다. 더불어 콘텐츠 사업가로서 비즈니스 준비단계에서부터 실행, 홍보·마케팅 및 사업 확장 등에 이르는 과정 가운데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담아냈습니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 사업가> 본문 및 책갈피. 책과 세트로 구성한 것 같은 느낌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요즘 시대 가능성 있는 사업을 하는 인물들 인터뷰 모음집, 즉 사람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10명의 도전자와 함께 하는 지속 가능한 이야기’란 부제가 눈에 들어오기도 했고, ▲멜론빵 제빵사 ▲글로벌 뷰티문화 기업가 ▲커피 인문학 강사 등 왠지 특색 있어 보이는 사업가 리스트 때문이기도 했지요.     


인터뷰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습니다. 책에 나온 10명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잘 전해져옵니다. ‘멜론빵’이 멜론 들어간 빵이 아닌 배웠(제 무식이 문제입니다!), 정말 멋지게 사진을 찍어 편집하는 이도 새로 알게 됐지요. 여기 소개된 분을 통해 패션 테러리스트인 제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었고, 커피 인문학과 떡볶이 역사 강의를 꼭 듣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인터뷰 내용을 통해 사업가 10명의 행동유형을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음, 역시 S형은 없어 보입니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 사업가> 인터뷰 대상자 중 한 명인 신준식 사진작가의 '덕유산 전라북도'. HDR기법을 활용한다는데, 사진이 정말 예술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분들 인터뷰보다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유지를 위해 고려할 사항들을 예리하고 심도 있게 쓴 저자의 통찰이 더 와 닿았습니다. 몇 권의 책을 낸 작가이자 강사, 1인기업(교육연구소 및 출판사) 대표로서 직접 몸으로 뛰며 취득한 경험과 노하우가 진솔하게 묻어나는 것은 물론, 읽어내리는 글에 독자를 향한 진심이 담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 저는 이분이 진행하는 교육을 몇 차례 수강한 바 있어서, 강의 때 말투가 책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콘텐츠 사업가들이 현혹되기 쉬운 여러 사회 행태 중 ‘시상’을 꼬집은 부분은 홍보 담당자로서 특히 공감이 갑니다.

잘해서 상을 받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고 축하할 소식입니다만, 반대로 수상했다는 것만 내걸어 잘한다고 선전하는 행위는 고객 기만입니다. 하지만 “0백만 원, 0천만 원만 내면 상을 주겠다”라는 유혹이 너무나 많은 시대입니다. 귀가 쫑긋거릴 수밖에 없죠.

제가 다니는 회사의 사업부서들도, 그중에서도 신규사업을 하는 곳은 이런 제안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대부분은 “돈 내면 받는 상(제대로 자랑하지도 못하는 상)엔 신경 쓰지 말고, 실제 고객가치를 더하도록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가이드합니다만, 간혹 ‘사업부서를 도와주지 않으려 한다’는 인식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받은 상은 떳떳하지도 않고, 지속 가능을 위해 적합한 마케팅 방법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고객과 이해관계자 앞에 드러날 부끄러움의 대상이고, 결국 사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돈만 내면 수여하는 상, 언론에서도 주목해 감시하고 있습니다. ( 관련 KBS 뉴스 보도 영상 캡쳐본)

<지속 가능한 콘텐츠 사업가> 책 디자인에도 시선이 갑니다. 책 목차를 표지로 꺼내놓은 편집이 특이하고, 이를 책갈피 형태로도 제작해 책과 세트 느낌이 들게 해준 게 인상적입니다.

10명의 인터뷰는 <매거진 B> 등 브랜드 전문서적 같은 글꼴을 사용해서 ‘책 속의 책’ 느낌도 듭니다. 다만 40대 중반에 들어서는 저는 노안이 시작됐는지 인터뷰 부분의 작은 글씨를 읽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문답에 앞서 해당 인물에 대한 저자의 느낌을 한 페이지에 담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게 있는데, 통일해 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 듭니다. (저는 느낌을 쓴 게 더 좋았습니다.)   

  

이제 어느 회사에서도 ‘고용보장’을 이야기하기 힘든 세상이 됐습니다. 운 좋게 정년까지 다닌다 해도 100세 인생 시대에 40년은 놀아야 합니다. 스스로 지속 생존이 가능한 콘텐츠를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음, 저도 그게 없어 고민입니다!) 그렇게 준비해야 할 모든 이에게, 나름의 의미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년이나 10년쯤 뒤에는(너무 빠른가요, 아니면 늦나요?) 이런 책들에 제 인터뷰가 담기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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