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변화에 따라 디지털 역량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파이썬’이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성원들이 익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초보과정은 그런대로 해볼 만했는데, 조금 레벨이 높아지니 저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입니다. 강사분이 동영상에서 시연하는 대로 따라가는 게 고작입니다.
그런데, 잘 따라 했는데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분명 제대로 한 것 같은데 오류가 있다는 메시지만 반복됩니다. 눈이 빠지게 동영상을 반복 점검해 겨우 그 원인을 발견합니다. 십중팔구 ‘_’라 쳐야 할 것을 ‘-’로 입력했거나 대·소문자를 잘못 표기한 경우, 명령어나 함수에 작은 오타를 낸 데 따른 문제입니다. 적당히 제 의도를 이해하고 답을 내줄 만도 한데, 프로그램이 인식할 수 있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면 절대 받아주지 않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상대의 마음과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숙련된 시니어 매니저 눈엔 누구나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남편이 보기엔 아내는 온종일 집에서 편히 쉰 것으로 여겨집니다. 내 말이 정말 재미있어서 눈앞의 저 사람이 웃는다고 생각합니다. 기를 쓰는 신입사원의 발버둥, 아내의 피로와 질병, 분위기를 맞추려 웃어주는 상대의 심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계속되는 자기중심적 메시지는 인간관계의 에러들을 낳게 됩니다.
이 같은 마음 소통 에러를 수정하는 기회가 생기면 좋습니다만, 그럴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점심, 다른 대학동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 친구가 오늘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입원하는데, 근처인 제가 먼저 가서 챙겨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보고 반기는 친구와 그의 아내.
“일하는 시간에 왜 병원까지 왔어?”
“입원했다길래 와 봤지! 회사 가기 싫어서 농땡이 피우는 것 아니야?”
정말 멀쩡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검사 준비를 하던 이 친구가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휘청이며 쓰러졌습니다.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진 그는 급성백혈병으로 일주일 만에 눈을 감았습니다.
정신을 잃은 뒤 어떤 말도 남기지 못한 친구 놈과 앞선 그 대화가 마지막이었습니다.시답지 않은 농담 한마디를 끝으로 그 친구를 보냈던 것입니다. 사투를 앞둔 그를 알아차렸더라면 더 따뜻한 말을 건넸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여전히 어림짐작으로 상대를 대하는 제 모습이 계속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고 또 보고를 수차례를 반복해도 제 잘못은 찾지 못하고, 제 뜻을 해석 못 하는 컴퓨터를 원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곁에서 참고 지켜보며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어떻게든 수강기간에 맞춰 이수기준 진도율을 채운 것처럼, 주변 분들과 마음코드도 권장수준 이상에 맞추도록 힘쓰겠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잠시 멈춤이 필요한 요즘, 통하지 않는 코드로 오류 난 인간관계를 찬찬히 되살펴 보면 어떨까요? 오늘 하루 당신의 소통 레벨을 높이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