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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Lim Apr 12. 2020

왜 자꾸 오류가 나지?

마음코드 돌아보기

시대변화에 따라 디지털 역량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파이썬’이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성원들이 익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초보과정은 그런대로 해볼 만했는데, 조금 레벨이 높아지니 저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입니다. 강사분이 동영상에서 시연하는 대로 따라가는 게 고작입니다.  


그런데, 잘 따라 했는데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분명 제대로 한 것 같은데 오류가 있다는 메시지만 반복됩니다. 눈이 빠지게 동영상을 반복 점검해 겨우 그 원인을 발견합니다. 십중팔구 ‘_’라 쳐야 할 것을 ‘-’로 입력했거나 대·소문자를 잘못 표기한 경우, 명령어나 함수에 작은 오타를 낸 데 따른 문제입니다. 적당히 제 의도를 이해하고 답을 내줄 만도 한데, 프로그램이 인식할 수 있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면 절대 받아주지 않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상대의 마음과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숙련된 시니어 매니저 눈엔 누구나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남편이 보기엔 아내는 온종일 집에서 편히 쉰 것으로 여겨집니다. 내 말이 정말 재미있어서 눈앞의 저 사람이 웃는다고 생각합니다. 기를 쓰는 신입사원의 발버둥, 아내의 피로와 질병, 분위기를 맞추려 웃어주는 상대의 심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계속되는 자기중심적 메시지는 인간관계의 에러들을 낳게 됩니다.      


이 같은 마음 소통 에러를 수정하는 기회가 생기면 좋습니다만, 그럴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점심, 다른 대학 동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 친구가 오늘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입원하는데, 근처인 제가 먼저 가서 챙겨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보고 반기는 친구와 그의 아내.

“일하는 시간에 왜 병원까지 왔어?”

“입원했다길래 와 봤지! 회사 가기 싫어서 농땡이 피우는 것 아니야?”

정말 멀쩡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검사 준비를 하던 이 친구가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휘청이며 쓰러졌습니다.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진 그는 급성백혈병으로 일주일 만에 눈을 감았습니다.

정신을 잃은 뒤 어떤 말도 남기지 못한 친구 놈과 앞선 그 대화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시답지 않은 농담 한마디를 끝으로 그 친구를 보냈던 것입니다. 사투를 앞둔 그를 알아차렸더라면 더 따뜻한 말을 건넸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여전히 어림짐작으로 상대를 대하는 제 모습이 계속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고 또 보고를 수차례를 반복해도 제 잘못은 찾지 못하고, 제 뜻을 해석 못 하는 컴퓨터를 원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곁에서 참고 지켜보며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어떻게든 수강기간에 맞춰 이수기준 진도율을 채운 것처럼, 주변 분들과 마음코드도 권장수준 이상에 맞추도록 힘쓰겠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잠시 멈춤이 필요한 요즘, 통하지 않는 코드로 오류 난 인간관계를 찬찬히 되살펴 보면 어떨까요? 오늘 하루 당신의 소통 레벨을 높이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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