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는 그림을 그립니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이후 진로를 바꿨다고 합니다. 만화공모전에 당선됐지만 출판만화 시장이 안 좋아 생업에 뛰어 들었고, 애니메이션센터와 방과 후 만화 교사로, 또 캐리커처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고 들었는데, 적성대로 잘 사는 거겠지요?
6~7년 전 처제가 스케치해준 그림을 프로필 이미지로 사용해왔습니다. 사내교육 등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지난해였던가요? 너무 어리고 딴 사람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늙었단 말인가?’ 살짝 서글퍼졌습니다. 하긴 그때에 비해 머리숱도 많이 줄었고 이마에 주름도 생겼고...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제가 30대 때 그린 그림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건 과대 포장임이 분명했습니다.
올봄 브런치를 시작하며 프로필 이미지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지난달 처제에게 부탁을 했더랬죠. 중후한 느낌의 그림을 꿈꿨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아니야? 그저 나이 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생겼습니다.
드디어 받은 캐리커처.
괜한 걱정을 했네요. 지금의 제 모습을 담아내면서도 실제 저보다 약간, 아니 많이 더 정감 있어 보이는 작품입니다. 고객의 심정을 정확히 읽어낸 것 같습니다. 마음에 쏙 드는 게... 역시 프로는 다릅니다!!
저마다 다른 재능이 있습니다. 그 재능이 다른 이의 부족함을 채워주기에 사람들의 하루하루 삶이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그림 한 장으로 제 마음을 가득차게 해준 처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더불어 부디 이 시기가 조속히 마무리 되어 처제의 생업도 활기를 찾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