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ven Lim May 21. 2020

생각을 읽으며 마음을 돌아보다

<지금 시작하는 생각 인문학> 창의적인 삶을 위한 교양 입문서

한두 달 재택근무를 경험한 이후의 삶. 이전에는 매일 같았던 일상인데, 생각보다 여유가 없습니다. 재택근무로 달라진 건 출·퇴근이 따로 필요치 않고, 기자와 식사하는 일정이 줄었다는 정도... 그때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뿐인데, 그게 상당히 긴 시간이었나 봅니다.

특히 <읽는 남자의 북 리포트>는 글쓰기에 앞서 책을 읽기에도 빠듯합니다. 가끔 저 자신을 ‘글을 찍어내는 기계’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브런치 글을 올리는 게 그렇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란 걸 체감합니다.

그래도 ‘읽지 않는 남자’가 되고 싶진 않았습니다. 가벼운 서적이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점을 둘러보다가 인문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만났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생각 인문학>, 제목이 흥미로웠고 금방 읽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창의성 교육 강의를 이어오고 있는 저자의 작품으로, 먼저 ‘창의적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가진 강력한 특성이 ‘관찰’, ‘모방’, ‘몰입’, ‘실행’, ‘함께’에 있다고 보고, 각각의 주제와 나를 연관시키는 질문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다섯 개 장을 서술해갑니다. 이어 일상 가운데 창의성을 갈망하고 다섯 가지 키워드를 놓침 없이 실천하며, 세상에 대한 애정을 가지라는 당부로 마무리합니다.     

저자는 창의적인 삶을 위한 다섯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닙니다만 깊이 있게 채우려면 꼭 읽어봄 직한 책입니다.

대학에서 교양 강의를 하는 저자의 글이어서 그런지 고교 및 대학교 학생, 그리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이 읽으면 딱 좋아 보입니다. (수준이 낮다는 뜻은 아닙니다!) 친절한 태도로 쉽고 명쾌하게 창의적인 삶을 위한 개론을 잘 풀어냈습니다. 낯설지 않은 인물들의 말, 살면서 한두 번은 접해본 책들의 내용을 예시로 삼아서 이해를 돕는 부분도 좋습니다.

저는 1시간 30여 분 동안 책에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 사장님께서 2년 전 강의하셨던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기업이 될 것인가?’ 내용을 되새겨보는 기분이 들어서(전하려는 하는 메시지가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저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초심을 되새길 수 있어서 의미 있었습니다.      

감각훈련을 위해 제시된 사진(37p). 시각을 제외한 감각에 집중해 다양한 관찰을 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습니다.

5개 주제마다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뽑아보기도 했습니다.


관찰은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행위가 아닙니다.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일상에 관여하는 행위입니다. (30p)

창조적 모방은 먼 곳에서 아이디어의 소스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116p)

내적 동기를 찾는 일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내어 그것에 몰입한 사람들입니다. (164p)

창의적인 사람들은 실행하는 자들이기에 남들보다 일찍 실패하고 더 자주 실패합니다. 실패를 ‘배움’과 연결하는 데도 익숙합니다. (201p)

분명 우리는 나보다 똑똑합니다. (265p)     


‘모방’을 다룬 장에서 창의적인 사람이 가진 성격의 공통점으로 ‘다양한 분야의 관심’을 꼽은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순수한 창조의 시대를 지나 편집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창의적 편집이 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을 모방과 유추의 메커니즘을 통해 연결되는 것임을 고려하면, 자신의 전문 영역이 아닌 다른 다양한 분야에도 높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 법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대학 시절 전자공학이 전공이었지만 문학과 심리학, 사회학, 기호학 등에도 심취(까지는 아닌데 적절한 단어가 안 떠오릅니다!)했던 제가 아주 가끔은 ‘남다른 생각’을 한다고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거기에 어설프게 문화콘텐츠까지 얹었으니 제법 외양은 꽤 창의적인 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실상은 각각의 영역에서 높은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여전히 교양학부 학생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게 함정입니다. 천상천 세계의 분들을 보고 배우며, 모방과 연결가치의 깊이를 더해가야 함을 깨닫습니다.     

미켈란젤로 등이 말했듯 완전한 창조는 사람의 영역이 아닙니다. 우리의 창조(?)는 모방을 통해 탄생합니다.

요즘 제 마음을 살펴보면 사실 많이 무기력하고 심심합니다. ‘실행’ 장을 보며 그 원인과 마주쳤습니다.

창의성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는 실험의 과정에서 발현하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시도’하는 데서 몰입의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2년간 몸 담았던 새 부서에서의 경험은 쉽진 않았지만, 무척 설레고 행복했습니다. “빨리 돌아오라”는 요청에 고향팀으로 복귀하면서도 꿈을 꿨지요. 변하는 환경 속에 뭔가 새롭게 도전하고 실패할 거리가 넘칠 것 같았고, 다해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부서마다 사람마다 맡은 역할이 있는 법이지요.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다시 말해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걸 시도하면 안 되는 상황과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물론 이것도 재미없진 않지만 업무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진다고 할까요, 본연의 ‘야생성’을 잃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전에 해본 적이 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란 책 속 칼 라거펠트의 말이 반항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요새는 이 브런치 글을 올리며 제게 가장 창의적인 실행과 도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취미를 추가하던지, 아니면 새로운 결단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끓어오른 마음을 작가의 에필로그 ‘나와 일상 속에 창조의 답이 있다’는 문장으로 다독여 봅니다. 이제 독서는 끝났고, 독자의 실천은 남았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자기 삶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생각의 쓸모가 시작됩니다. 저 또한 제 일상을 돌아보며 때에 맞춰 걸음 폭에 맞춰 제가 갈 수 있는 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찬란했던, 일그러진 초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