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부대끼는 위장도 달래고 아내의 다이어트 지원도 할 겸 동네 산책을 나섰습니다. 습하지 않은 날씨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웬걸…. 동남아시아 관광을 하는 기분을 산책하면서 느낄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나라의 6월은 정말 무더운 여름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연희동의 모르는 골목을 거닐며 이야기 나누는 기분은 나름 즐거웠습니다...만, 애초 30~40분 걷고 돌아오려 했던 저와는 달리 1시간 이상은 걸어줘야 운동이 된다고 여기는 아내 말을 따르다 보니 몸은 점점 지쳐갔습니다.
“더위도 식힐 겸 저기 있는 상가에 들러 빵 조금만 사서 갈까?”
그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냉큼 들어갔죠. 이게 실수였습니다. 잠시 에어컨 바람을 맛본 몸은 다시 만난 6월의 햇빛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땀방울이 한 줌씩 배출되는 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양손에 파프리카와 식빵을 들고 걷는 게 영 모양이 나지 않더라고요. 한참을 투덜대며 누가 볼까 무서워 빠른 걸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여름은 더워야 정상입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당연한 게 당연해지지 않으면 문제입니다. 연일 차가운 비가 내리는 이상 기후를 그린 <날씨의 아이> 속 사람들은 당연했던 여름철의 맑은 날씨를 그리워합니다. 주일이면 당연하게 이뤄졌던 교회에서의 예배와 성도들 간의 교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그 소중함을 알게 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하듯 겪는 일상은 정말 놀라운 은혜이자 기적입니다.
여름철 더운 날씨에 감사합니다. 먹으면 살찌고, 걸으면 땀나는 몸에 감사합니다. 가족으로, 친구로, 동료로, 독자로 만나 관계 맺고 대화 나누는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당연한 일상 속에 담긴 귀한 의미들을 더욱더 깨달으며 살기 원합니다.